앤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인포데믹
인포데믹 =정보(Information)+ 전염병(Epidemic).
질병과 재난이 시작되면 사회 속 불안이 지나치게 커진다. 특히 초기 단계에는 정보는 부족한데, 불안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근거가 없고 불확실한 정보가 생겨난다. 소셜미디어는 불확실한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킨다. 마치 전염병처럼. 학자들은 이 현상을 ‘인포데믹(Infodemics)’이라고 부른다.
핵심은 정보 부족이다.
재난의 초기 단계에는 먼지가 앞을 가려 그 재난의 규모와 정도, 심각성을 모를 수밖에 없다. 먼지가 가라앉기 전까지 ‘모른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미치게 한다. 그래서 무엇이라도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불확실한 정보라도 믿고 싶어 진다. 코로나(COVID-19) 당시가 그랬다. 감염을 예방하려면 소금물로 입을 헹구면 된다느니, 마늘을 먹으면 된다는 느니, 뜨거운 물을 마시면 된다는 온갖 가짜 정보가 퍼졌었다.
8월 5일.
어디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시장이 무너졌다. 한국 시장은 –8.8% 하락, 일본의 니케이 225도 같은 날 12% 하락, 미국 나스닥은 –6% 하락. 쇼크였다. 매도 알고리즘이 터졌고,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매도했다. 매도가 다시 매도를 불렀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미국 기술주에 투자) 청산’이라고 불렀다.
청산 규모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거래 관련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엔화를 달러로 바꾸는 거래가 거래소가 아닌 장외에서 이뤄지는 탓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재난의 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온갖 분석과 의견이 등장했다.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일본 은행이 저지른 실수로 시작됐다는 의견, 미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진 게 진짜 원인이라는 의견, 글로벌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중 75%가량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 혹은 60%, 혹은 50%가 청산됐다는 의견. 한편 앤 캐리 트레이드는 수십 년 동안 진행됐기 때문에 일본이 더 금리를 인상하거나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또 한 번의 청산이 시작될 거라는 무시무시한 의견도 있었다. 불확실한 정보가 퍼지는 ‘인포데믹’이었다.
불안은 시장을 좀먹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 기관과 개인은 죽었고, 조심성 많은 투자자들은 지금의 반등이 가짜라는 불안함에 투자를 멈췄다. 지금도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또 한 번의 청산이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