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과 신데렐라
1.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낙화 中 , 이형기-
2.
아름답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아는 퇴장은. 현자들은 이에 대한 명언들을 남겼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표현도 있고, 사자성어로 ‘낄끼빠빠’도 있다. 미련을 가지고 질척거리거나 눈치 없이 나대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교훈을 담은 말들이다.
3.
신데렐라의 퇴장은 아름답다.
한창 체력이 남아도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밤늦게까지, 아침 해를 볼 때까지 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한창 재밌을 12시에 사라졌다. 칼 같이. 종이 치자 그녀는 겨우 무도회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다. 마법이 풀려 화려한 드레스와 마부와 마차는 사라졌고, 그녀에게 남은 건 호박과 쥐와 낡은 옷뿐이었다. 불행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론 좋은 일이었다. 저주 같은 마법이 그녀를 차별화된 여자로 만들었다. 끝까지 파티를 즐기고 숙취를 겪는 여자들과는 다른 여자로. 그리고 무엇보다 왕자에게 구두와 여운을 남겨줬다.
4.
워런버핏이 ‘신데렐라’를 인용한 적이 있었다.
때는 2000년, 주주 서한에 이렇게 썼었다. “The line separating investment and speculation, which is never bright and clear, becomes blurred still further when most market participants have recently enjoyed triumphs. Nothing sedates rationality like large doses of effortless money. After a heady experience of that kind, normally sensible people drift into behavior akin to that of Cinderella at the ball. They know that overstaying the festivities - that is, continuing to speculate in companies that have gigantic valuations relative to the cash they are likely to generate in the future - will eventually bring on pumpkins and mice. But they nevertheless hate to miss a single minute of what is one helluva party. Therefore, the giddy participants all plan to leave just seconds before midnight. There’s a problem, though: They are dancing in a room in which the clocks have no hands.”
5.
요약하면,
최근 투자자들이 승리를 누리면서 큰돈을 쉽게 벌었다. 그러자 이성을 잃은 투자자들은 파티를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 12시 자정 몇 초 전까지.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그들이 시계가 없는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계도, 이성도 없이 놀다가는 마법이 풀리고 호박과 쥐만 남게 되니 조심해야한다.
6.
적당히 놀아야 한다.
가야 할 때를 언제인가를 알아야 한다.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 빠져야 할 때는 빠져야 한다. 과거의 마법이 또 다시 마법을 약속하지 않는다. 다음은 저주가 될 수 있다. 시계는 없다. 시장이 정확히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투자를 멈춰야 할 시기가 오면 욕심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 안전하게 빠져나가야 한다. 늦으면 겨우 얻어낸 것들이 사라지고 호박과 쥐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