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없는 카페인 같은 녀석..학교에서의 뒷담화
학교도 직장이다. 업무가 얼기설기 얽혀있으며, 상하관계도 있다. 그중에는 합리적인 사람도 있으며,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슬프게도 대개 그 사람들은 관리자다.
교사도 사람인지라 뒷담화를 한다. 나빠서가 아니라 부당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지시를 받으면 열이 받기 때문이다. 로봇처럼 아무 생각 없이 지시를 수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불만이 있고, 이 불만을 말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기 때문에 성토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의 비밀유지이다.
나는 여느 때처럼 까다로운 업무지시를 받고, 왜 여기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내 교실 앞 쪽에서 나름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당사자가 태연하게 복도를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아... X 됐다. 이제 나의 2학기는 가시밭길이겠구나...'를 순간적으로 직감하며,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여기서 뭐 어떻게 하겠는가. 사실 나는 이런 적이 어릴 때에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마음에 안 드는 아이의 불만을 화장실에서 이야기하다가 당사자가 뒤에서 따진 적이 있었던 경험이 생각났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구나.... 자책감이 밀려온다. 그럼 어떻게 할까. 두 가지의 방법이 생각났다. 첫 번째,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나의 상태를 인식한다. 나는 불만을 이야기할 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커다란 것도 아닌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혹은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서 이렇게 하는 것 같다. 이 글을 계기로 조금은 흥분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인식하며 사는 것이 필요하겠다. 두 번째, 이거는 좀 현실적인 방법인데, 뒷담화를 할 때마다 보안을 확인한다. 목소리 크기, 앞 문과 뒷 문의 상태를 확인하며 새어나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꼭 이야기한다.
앞으로 교직생활 순탄히 하려면 명심하자 나 자신아!
이제 교장선생님 만나면 어떻게 하지?(당사자를 거론해 버렸다!) 태연하게 인사한다? 어색하게 피한다? 모르겠다. 빨리 여름방학이 찾아오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