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서리 Aug 04. 2024

내가 받았던 사랑에 다정함을 더 얹어서 물려주리라.

김춘수의 '꽃'을 상기하며

1. 나는 아직도 '언니'라는 호칭을 부르지 못한다. 부르면 닭살이 돋는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서 친한 사람들이 있지만 '언니~'이렇게 부르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계속 첫째로서 성장해 왔고, 이렇게 부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2. 마찬가지로 나는 가족들에게 어떠한 호칭으로 불려본 적이 없다. '딸~' '00야~' 이렇게 불리기보다는 그냥 호칭이 생략된 채 커 왔던 것 같다.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원망하진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사랑을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깊은 강물의 흐름처럼 느껴졌던 것이지 냉담함 속에 자랐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가족들이 감히 실행하지 못하는 희생과 사랑을 행동으로 받았던 적도 많았으니 그것은 분명 참사랑인 것이다.


3. 그런데 최근 다정한 호칭을 불리는 일이 굉장히 마음이 따뜻해진 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다정함을 얹어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내 하루는 따뜻함으로 충만해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받았던 깊은 강물 같은 사랑과 더불어 말로 표현되는 다정함과 따뜻함을 덤으로 얹어 내 딸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자라왔던 태도와 생활방식을 거슬러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시도하고, 변하려고 노력하는 그 첫걸음이 없는 것과 있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다정함을 받는 대상에게는 내 한 걸음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을 또한 알기 때문에 나는 시도할 것이다.


4. 이 말로 표현되는 다정함을 나의 가까운 사람뿐 아니라 점차 확장해 나간다면 얼마나 내 인생의 주위는 아름다워질까? 그리고 이 사랑의 표현은 나 자신도 확장시키고 성장시킬 것으로 강하게 예상된다. 내 주변과 나 자신을 모두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이 도전.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김춘수-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인가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