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8일.
개강을 앞두고 긴장과 스트레스가 교차하던 그때,
Santander는 나에게 작고도 알찬 매력으로 다가왔다.
빌바오에서 버스로 1시간이면 Cantabria 지방의 해안도시 산탄데르로 갈 수 있다.
처음 스페인에 온 나에게 산탄데르란 그저 은행 브랜드에 불과했는데, 실제로 있는 지역 이름이었다. 빌바오에서도 가깝고, 개강 전 마지막 여행이라는 생각에 당일치기로 아침 일찍 버스에 올랐다.
12시간 타임어택의 시작이다!
터미널에서 나오자마자 맑은 하늘 아래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는, 해안선을 따라 쭉 뻗은 길이 보인다. 자전거도 사람들도 차들도 많이 다닌다. 어디로 가볼지 나름 정하긴 했지만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바닷길을 따라 걸어보았다.
해안가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공원 너머로 보이는 예쁘고 커다란 건물. 산탄데르 은행 본점이다.
이곳이 바로 산탄데르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우뚝 서있다.
바닷길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왔다.
넓은 포르티카다 광장(Plaza Porticada) 한편에 세워진 동상은 17세기 프랑스의 스페인 점령에 대항해 싸우다 순직한 Pedro Velarde 장군의 동상이다.
광장에서 조금 더 지나면 웅장한 종소리가 반겨주는 산탄데르 성당이 나온다. 돈을 내야 한다기에 내부까지 가진 않았지만,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멋진 복도를 가진 성당이다.
은행, 우체국 등 아름다운 건물이 반겨주는 바닷가 대로변 그 안쪽에 뻗어있는 산탄데르 시내 거리는 작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거리의 한 멕시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스페인에서 먹는 멕시코 음식이라... 모르는 음식들 뿐이라 인터넷으로 하나하나 메뉴를 찾아보면서 먹었다.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약 7개의 메뉴들이 나왔는데, 어느 하나 특이하지 않은 음식들이 없었다.
멕시칸 풀드 포크 까르니타스(Carnitas)와 아보카도 소스, 과카몰레가 곁들여진 타코, 칠리고추 안에 여러 속을 채워 넣은 칠레 레예노(Chile Relleno)와 볶음밥, 그리고 강낭콩이란 뜻의 프리홀레스(Frijoles), 마지막으로 웬 술인가 했던 식후 드링크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음식들의 맛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먹어보았다.
든든히 점심식사를 하고 소화도 시킬 겸, 산탄데르 바닷가 끝자락에 위치한 왕족의 별장 막달레나 궁전(Palacio de la Magdalena)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오른편에 넓게 펼쳐진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궁전에 다다를 수 있었다.
넓은 부지 안에는 작은 동물원과 산책로를 비롯한 여러 볼거리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는 아담한 시내 명소 바깥에 곧바로 세차게 치는 파도와 멋진 기암괴석이 우리의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막달레나 궁전은 과거 스페인의 왕 Alfonso 13세와 그의 가족들이 산탄데르에서 여가를 즐기던 고증에서 고안되어 만들어진 건축물이라고 한다. 지금은 Menéndez Pelayo 대학교의 여름학기 강의장 소나 예식장, 회의장으로 사용되고 있고, 일반인에게는 토,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만 개방하고 있다.
금요일에 여행 온 우리는 내부까지 들어가기 실패... 다시 산탄데르로 올 구실이 생겼다.
멀리까지 걷느라 지친 우리는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와 스페인의 대표음식인 또르티야 데 빠따따(Tortilla de Patatas) 전문점 Quebec을 찾아갔다.
또르티야 데 빠따따는 감자와 계란을 이용해 만든 오믈렛의 일종인데, 스페인에서는 일상에서 자주 먹는 요리이다. 마트에서 자주 사서 먹었었는데, 이곳의 토르티야는 정말 환상이었다.
야채, 치즈, 베이컨, 소시지 chorizo 등 여러 종류의 속이 차있는 토르티야는 마트의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부드러웠다. 게다가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는 맛이란!
해가 뉘엿뉘엿 져 갈 때쯤,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있던 Centro Botín에서 산탄데르의 전경을 구경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 Renzo Piano가 지은 현대 미술관이다. 내부는 상설전시나 유명한 미술가와 건축가의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고, 외부는 테라스와 옥상에서 바다와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있다. 멋진 파사드를 가진 미술관은 바다의 풍경과도, 산탄데르 도시와도 잘 어울렸다.
돌아갈 시간을 앞두고 기념품점에 들러서 산탄데르를 대표하는 멋진 범선 모형과 오늘 여행한 궁전과 선착장 사진엽서를 샀다. 귀엽고 멋진 추억거리가 생겼다.
하나부터 열까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던 산탄데르,
여유로운 분위기와 자유로운 여행의 즐거움을 이곳에서 느끼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