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가 다가오면 일기를 쓰자
우리가 만난 이유는 여름에 있었다. 여름에 다다르기까지, 추워서 어지러워서 입술이 파랗게 물들기도 했다. 퉁퉁 부은 다리를 들어올린 채 까무룩 잠들고, 부둥켜 안고 울고, 까맣게 탄 얼굴로 밤을 새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시절엔 같은 계절이 새겨져 있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 여러번 바뀌었다. 닿을 수 없는 거리만큼 서로가 소속된 곳도 달라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안다, 각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덜컹이는 마음으로 계절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24번의 절기가 다가오면 일기를 쓰자.
도시와 시골, 각기 다른 공간에 찾아온 계절의 일기를 씁니다.
미숙한 엄마와 서투른 농부-추후 신분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의 게으른 기록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각 절기는 아마도 - 빼먹지 않겠다고는 약속하지 못하지만 - 두 개씩 기록됩니다
(우리는 몇 번의 같은 절기를 남겨둘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