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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시다, 러브. 보고십엇소. 안동

보백당 종택과 묵계서원, 미스터선샤인으로 알려진 만휴정

by 천둥벌거숭숭이

눈만 깜빡였을 뿐인데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만 보고는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변덕스러운 날씨다.

환절기. 딱 내가 좋아하는 절기다. 뭘 해도 시간이 후딱 지나가는 짧기만 한 가을을 채 느끼기도 전에 서늘함이 코끝을 스친다.

뭘 해도 티가 안나는 이시절에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나가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한 바.

이제 지역살이, 팸투어는 줄여야지 마음먹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인플루언서들을 뽑는다는 공고에 자신이 없었지만, 도전에 큰 의의를 두었던 나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난생처음 가보는 그곳. 안동.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당당히 말하는 안동을 찾게 된 것이다.


올해는 유독 안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산불로 많은 피해를 입은 곳. 상처 입은 그곳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고, 그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다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 이번 팸투어의 취지가 되었다.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내가 안동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이번에도 기꺼이 운전대를 잡았다.

부산과 경북 안동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듯 느껴지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거리감이 확 느껴진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려고 하니, 상행선은 표를 끊을 수 있지만, 하행선은 아예 없는 듯. 그렇다면 기차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의 텀이 길고 뚜벅이로 돌아다니기에 안동은 넓다.

기꺼이 운전을 선택했다.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은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운전하면 운전하는 데에만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 타기를 선호한다.

고속도로 주행 중에 갑작스레 일어난 사고로 인해 일정이 다시 변경되었다. 신녕 IC 부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고속도로를 차단했다. 어쩔 수 없이 의성시내를 주행하는 길이 즐거웠다.

그동안 부지런히 다녔구나. 의성에 3번을 다녀왔더니 이제는 익숙한 길이 되어버렸다. 조문국박물관과 고분군들 좋았지. 의성 시내에는 맛집이 참 많았는데. 작년 크리스마스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던 청춘어람도 나의 기억저장소에 지분이 있는 곳이다. 오히려 우회한 것이 나에게는 좋은 드라이브 길이 되었다.

종착지는 보백당 고택. 카카오맵으로 검색하면 보백당 후문이 나오니, 샛길로 들어가지 말고 꼭 도로에서 바로 찾아가길. 입구에 표지판이 크게 있으니 당황하지 않고 앞에 주차한 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꼭 확인하고 들어가기를 권장합니다.

보백당 종택
보백당 종택의 사랑방

찾아온 길이 쉽지 않았던 것만큼 목적지를 만났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된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고택에서 묵을 수 있다는 설렘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3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낸 고택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초대된 13명 중 2번째로 도착한 사람은 먼저 보백당 종택을 안내받는 사람이 되어 다음에 오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호스트처럼 보이는 위엄을 보였다.

가장 먼저 오신 분은 보백당 마당에서 주무시고 계시다는 담당자분께서 방을 먼저 보여준다고 하시며 나를 사랑방으로 이끌어주셨다. 원래 배정된 방은 보백당이지만, 사랑방도 나쁘지 않다며 처음 온 나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셨다. 이렇게 사람의 일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그렇게 사랑방에 맨 처음 방문한 사람은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영광을 맛보게 된다.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곳. 튼튼한 나무와 하얗게 칠해진 벽, 그리고 문풍지가 붙은 나무문이 신기하다.

보백당 종택 사랑방 내부모습
보백당 종택 하룻밤묵계의 웰컴푸드

https://www.focc.kr/product/%EB%A7%8C%ED%9C%B4%EC%A0%95-%ED%95%98%EB%A3%BB%EB%B0%A4-%EB%AC%B5%EA%B3%84-%EC%95%88%EB%8F%99-%EB%AC%B5%EA%B3%84%EB%A7%88%EC%9D%84/119/category/1/display/7/?icid=MAIN.product_listmain_6

나의 1박 2일의 휴식을 지켜줄 귀한 사랑방이다. 이렇게 하얀 숙소에 들어온 것이 얼마만이던가.

300년이 넘는 고택에 있을 것이 다 있다. 에어컨에 전자레인지, 냉장고, 커피포트에 안동을 대표하는 웰컴푸드까지. 안동참마가 들어간 쌀국수와 안동사과가 앙금으로 들어간 빵, 그리고 정말 건강하게 만들어진 안동사과즙은 인공감미료를 쓰지 않은 맛이었다. 이것이 안동의 맛인가.

날씨가 쌀쌀해진 관계로 창밖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 또한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고택의 정취이므로 지금을 즐기기로 한다.

새하얀 침구류를 보니 오늘 나의 룸메이트는 총 3명인가 보다. 낯선 이들과 보내는 고택에서의 밤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묵계서원 전경과 읍청루
묵계서원 입교당

내비의 목적지는 보백당 종택이었지만, 안동팸투어의 모임장소는 바로 묵계서원이었다.

경기도에서 오셨다는 룸메와 함께 묵계서원으로 향한다. 인플루언서 모임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동해진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조선시대 문인이었던 응계 옥고와 보백당 김계행을 봉향하는 서원인 묵계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사당이 없어지고 강당만 남아있던 것을 최근에 복원한 것이다.

보백당. 지금 묵고 있는 숙소의 이름. 김계행이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청렴을 무엇보다 높은 가치로 삼았던 김계행은 대간이라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연산군의 폭정을 견디지 않고 그대로 낙향해 자신의 뜻을 제자들에게 널리 알렸던 사람이다. 그에 대한 흔적이 보백당 종택, 그리고 곧 만나게 될 만휴정에까지 남아있다. 뜻이 있는 사람은 이렇게 자신의 발도장을 남기는구나. 새삼 감탄하며 둘러보게 되었다.

묵계서원은 찾아오는 이들을 반기는 곳이었다. 전통 의상을 입고 조선시대에 즐겨했던 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얼른 참여자들이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구경하고 있었다.

묵계서원 차한잔묵계 차체험
묵계서원 차체험에서 맛본 국화차

기다림은 쓰나 그 열매는 달다.

묵계서원의 입교당에서 낯선 이들과 눈맞춤과 동시에 차체험이 시작되었다.

피크닉 가방 속에서 찻잔과 커피포트, 찻잎, 차 우리는 유리병 등이 빽빽이 들어있다. 노란 국화차가 따뜻한 물을 머금고 활짝 피어난다. 향긋한 꽃향기를 코로 마신다.

컵 위에 놓으니 찻물이 내려오는 장치가 신기하다. 신문물을 발견한 어린이가 되어 다들 열광한다. 순수한 사람들.

함께 내어주신 쌀과자가 훌륭한 주전부리가 된다. 추운 날씨에 딱 맞는 국화차. 눈으로, 코로, 입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따뜻함을 흡수한다.

향낭 만들기, 나누는 기쁨은 두배
취향을 담은 향 목걸이 만들기 체험

향기가 주는 힘이 분명하다.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어떤 이는 향기로 위로를 받았다. 강사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향낭을 만들어본다.

공깃돌크기로 자른 편백나무에 라벤더 향을 입혀 준비된 주머니에 넣는다. 각자에게 주어진 향낭은 2개.

하나는 본인이, 다른 하나는 안동산불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마음을 여기서 또 배운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체험. 향 목걸이 만들기.

레몬, 오렌지, 페퍼민트, 라벤더.

얼마큼 넣느냐에 따라 향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다만 욕심내서 많이 넣으면 코르크 마개가 닫히지 않는다는 조언을 새기며 신중하게 오일을 유리병에 담는다.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 4방울, 레몬 3방울, 페퍼민트와 라벤더는 한 방울씩. 어느새 유리병이 가득 찬다.

평소에 비누와 입욕제를 만들면서 이런 향유를 많이 접했는데 목걸이를 만들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좋은 것을 배워간다는 뿌듯함이 가득이다.

옆자리 사람과 향을 나누어 맡아본다.

같은 것을 만들어도 다르게 나오는 것은 각자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명백히 증명한다.

촉감체험 활인심방과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

향체험 다음은 촉각체험이었다. 촉각체험이란 무엇인가.

퇴계이황 선생이 만들었다는 활인심방 수업이 곧바로 시작되었다. 태권도 사범님이 알려주는 활인심방이 재미있다. 혀로 나의 이를 훑어내기. 입 안에 고이는 침을 꿀떡 삼키기. 앉아서 가만히 따라만 하는데도 땀이 날 정도로 후끈한 학구열로 가득하다. 혈액순환이 되는 것이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누군가가 교재를 찍고 싶다고 말하니 유튜브에 나온다고 말해주셨다. 집에서 틈틈이 보면서 따라 하면 좋은 맨손체조를 배웠다.

난세에 영웅들의 흔적이 지금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다음은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

묵계서원 곳곳에 나의 흔적을 사진에 담아내기. 준비되어 있는 모든 지형지물을 이용한다. 조선시대 복장을 입고 윷을 들고 포즈 잡기, 누각 위에서 풍경 바라보는 사진 찍기, 묵계서원 바로 옆에 있는 만휴정카페 앞에서 포즈 잡기.

오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뻔뻔하게 자세를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수치심은 잠깐, 사진은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진 찍었지만 날이 금세 저물어서 나중에 찍은 사진은 그저 밤뿐이었다.

안동 맛집 백두한우 버섯불고기
안동 맛집 백두대간 버섯불고기 담음새다 예쁘다

긴 운전시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대화를 채 나누기도 전에 시작된 차체험과 향체험, 촉각체험과 사진 찍기로 모든 체력을 소모하였다. 이제 해야 할 것은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는 것이다.

난생처음 테슬라를 타고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게 만드는 백두한우 가게로 갔다.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그 메뉴가 버섯 불고기라니. 담음새부터 아름답다.

버섯불고기가 맛있게 끓여지는 동안,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끼리의 이웃 맺기가 시작된다. 블로거, 인스타 하는 사람들이 주류다. 브런치를 쓰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인플루언서로 뽑힌 이유는 다양성을 위해서인가.

여기서 소중한 구독자를 채웠다. 곧 100명이 달성되면 혼자만이라도 즐거운 파티를 할 예정이다. 흐흐.

보글보글. 한소끔 끓은 버섯불고기의 맛이 일품이다. 버섯이 많이 들어가 감칠맛이 국물에 가득 배였다. 추운 날씨에 걸맞은 따끈하고 든든한 보양식을 온몸으로 흡입한다.

좋은 저녁식사였다.

아이스크림만들기체험은 완성된 아이스크림 먹는 것으로. 안동고택의 새벽이 아름답다.
안동 고택에서 새벽에 먹는 젤라토는 한입에 추억을 각인시킨다

저녁식사를 훌륭히 마치고 다음 일정을 확인하니, 오늘은 끝. 휴식만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다.

이부자리를 깔자마자 얼른 눕고 싶어졌다. 바깥에 있는 화장실 겸 세면실에 가서 세면을 한 후 곧장 사랑방 안의 이불로 달려간다. 깊은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불편할 것을 예상하고 물을 적게 마시기로 다짐한다.

담당자분께서 건네주신 핫팩을 수건에 감싸서 이불 안에 넣는다. 고택은 아름답고 옛 정취를 느끼기에 좋지만 겨울의 추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랫목을 양보하고 추위를 피해 마스크를 끼고 잠자리에 든다. 이불 덮고 누워도 코끝에 시린 추위를 금방 느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잠자리를 가리는 편이지만 오랜 운전은 숙면을 부른다. 다행히 5시에 눈을 떠 어젯밤에 담당자분이 가져다주신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었다. 새벽에 먹는 젤라토는 샤베트질감이었다. 뼛속까지 얼게 만드는 맛에 조금 남아있던 잠까지 달아났다. 후딱 양치하고 세수를 끝낸 후 돌아간 사랑방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일찍 기상해 있었다.

각자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골라와서 먹었는데,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딸기였다. 건강한 맛이 일품인 아이스크림은 따뜻한 방에서 먹을 때 더 맛있다.

안동 맛집 평화식당
안동 맛집 평화식당 고부리국(고디탕, 다슬기탕)

아침식사는 든든하게. 경상도에서는 익숙한 고동국.

안동에서는 고부리로 불리는 고동으로 만든 고디탕.

초록의 색이 인공적으로 느껴지지만, 맛은 더없이 자연의 진함이 녹아있다.

경상도 토박이의 입맛에 맞추어 산초가루와 고추다진 양념을 넣는다. 내가 만든 고동국을 맛본 서울, 경기권 사람들의 맛평가가 재미있다. 똠양꿍 같은 맛이 난다고.

지극히 한국적인 맛이 이국적이라니. 나는 다만 놀랐을 뿐이다.

오랜만에 산초가루를 만난 사람이 흥분하면 위험하다. 절제하지 못한 사람은 산초가루의 공격에 장렬히 패배한다. 추억의 맛. 고동과 산초의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안동에 찾아온 이유인 만휴정으로 향하는 길이 마냥 즐겁다.

보백당 김계향의 정자, 만휴정은 미스터선샤인으로 더 유명해졌다.
미스터선샤인의 마지막 유진초이 대사.

만휴정 가는 길에 보인 컨테이너 숙소가 마음에 맺힌다. 산불피해자들의 임시숙소였기 때문이다. 사랑의 밥차와 세탁서비스가 진행 중에 있었다. 자연도 상처를 받았지만, 사람도 많은 것을 잃었다. 검게 탄 마음이 치유되는 것에는 시간과 많은 이들의 관심, 그리고 그에 맞는 처방에 있다.

닫힌 만휴정이 열리고, 우리는 만휴정을 전세 낸 것처럼 자유분방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곳곳에 미스터선샤인의 여운이 남아있다.

사색하며 갑갑한 속을 탁 트이게 만든 정자가 어느새 사랑의 여운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변하는 것은 문화의 힘이라는 것을 지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격동의 시기. 국권을 빼앗기는 역사 안에서도 사람들은 사랑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내었다. 당신은 앞으로 가시오. 나는 한걸음 물러설 테니. 모든 역사에 영웅의 이름이 남아있지만 그들을 단단히 받쳐준 이들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유진초이 또한 그런 사람을 대변할 뿐이다.

이것이 반복되는 역사를 증명한다.

만휴정 가는 다리와 화마와 치열히 싸웠던 흔적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만휴정 가는 다리에서 합시다. 러브.

인플루언서들은 사진을 참 많이 찍는다. 명소인 만휴정 다리에서 줄 서서 사진을 찍는 장관을 앞에서 볼 수 있다니.

유투버까지 있어서 다양한 촬영장비를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만휴정은 보백당 김계향의 독서와 사색을 위해 만들어진 정자이며 옆에 위치한 송암폭포와 기암절벽이 자연의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 아름다운 곳이 영화, 드라마의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만휴정으로 향하는 다리는 외다리이지만 나무가 꽤 든든해 보인다. 하지만 함께 걸을 수 없는 폭이다.

앞 뒤로 걸으며 "합시다. 러브."를 말하던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별거 없어 보이는 문장에 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함축된 언어에 담긴 힘이 자석처럼 우리를 이끈다.


기대를 충족시킨 아름다운 만휴정을 야무지게 감상하고 나니 어느새 일정이 종료되었다.

첫 만남이 다른 이들보다 빨랐던 것처럼, 마지막 인사 또한 가볍고 재빠르게.

안녕은 또 다른 시작과 결이 같다. 긍정의 말로 마무리 인사를 전한다.

태풍처럼 휘몰아쳤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바람처럼, 그렇게 나의 인생에도 자그마한 흔적만이 남을 뿐이다.

올해 초 3월에 누군가의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된 불씨가 거대한 화마가 되어 많은 지역에 피해를 입혔다.

경상북도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울산 울주. 경남 산청, 하동. 전북 무주, 충북 옥천 등등.

인명피해 27명 사망, 71명 부상, 십만 헥타르 이상의 산지가 전소되었고, 많은 문화유적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리고 건조한 이 계절에도 사람에 의한 발화로 시작된 화재사고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사후처리보다 예방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번에 만난 안동은 산불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오늘을 살아내고 있었다.

시커멓게 그을린 나무들 사이에서 싹을 맺는 자연의 모습, 산불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서로 보듬고 있는 사람들, 전국 각지에 인플루언서들을 모아 지금의 안동을 보여주면서 주체성을 잊지 않았음을 증명해 내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느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내가 안동에 있는 모든 순간,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부터 잊지 말고 실천하자.

그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그리운 이들에게 "보고십엇소." 수줍게 전하고,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인연에게 "합시다. 러브."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당신과 내가 되기를 희망한다.


- 이 게시글은 안동시관광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직접 참여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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