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공간기획_250401
때로는 완벽보다 있는 그대로가 더 최선일 수 있기에
자연 그대로가 주는 더 할 수 없는 평온, 그리고 공간
너무나 바쁘고 힘들었던 2022년, 잠시 머리를 식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남해를 찾았습니다.
오롯이 혼자 아이를 케어해야 했던 아내를 위해
특별히 하루는 아이를 맡기고 온전히 쉬러 온 곳은
더 퍼스트 펭귄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이제 남해'라는
숙소였습니다. 고요한 남해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풍경 그 자체가 좋기는 했지만, 그외에는 이 외진 곳
까지 찾아올 이유가 있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야말로 '편안히 쉬기 좋은 곳'이었죠. 이제 남해는
온전히 장소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크게 과장하지도,
너무 겸손하지도 않게 자랑하는 스테이 공간입니다.
리모델링이기에 방마다 있는 창을 넓힐 수 있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창으로 썰물과 밀물을 더 깊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오히려 '목욕'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잊고 있던 이완의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죠.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을 섬세하게 잘 살린
좋은 공간 경험의 사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장소의 힘에 진정성을 담은 경험이 더해질 때
UN이 평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그 최고 순위를 8년간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역시도 도시 인지도와 인재유출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도시의 브랜딩이면
아마도 현란한 수사가 끝도 없이 붙고, 캐릭터 제작
부터 많은 행사들이 기획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환경 아래서는 말이죠.
하지만 헬싱키는 캐치프레이즈 자체부터 평범합니다.
'Welcome to Your Happy Place'. 헬싱키라는 도시
이름도 없고, 위트 넘치는 수사도 없습니다.
하지만 행복함을 최우선한다는 장소의 본질을
그 어떤 단어보다도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냈죠.
양화대교에 들어선 카페, 진정성 한강편의 공간
역시 이와 결을 같이 합니다. 양화대교 다리 위라는
극악의 접근성을 극복하기 위한 공간 경험을
동편과 서편의 경관을 담백하게 담아내는 것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에 더해 진정성
이라는 브랜드 네이밍이 말하듯, 커피와 차를
정성스레 내놓는 공간과 사람의 태도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죠. 나라와 스케일은 서로 달라도
'장소의 힘과 장점 + 진정성을 담은 경험'을 가진
두 사례는 우리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본질에 대한 솔직함은 어떤 수사보다 강하다
작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도쿄 올림픽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금을 자주 꺼내야 했던 경험도 제법 줄어들었고,
오히려 지긋이 자신들만의 감도로 미래를 준비
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를 상징하는 도장의 대표
브랜드인 사치하타가 여는 공모전이 어쩌면 제가
느꼈던 감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죠.
'도장 문화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과 장점을
어떻게 트렌드와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내부에서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과 함께하려는
시도 자체가 신선합니다. 장소와 브랜드가 가진
본질적인 힘을 깨닫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경험의 공간이 더해진다면
그 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화려하기만 하고 어설픈
수사들은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_때로는 완벽보다 있는 그대로를, 헬싱키 리브랜딩 프로젝트
2_제일 중요한 것은 태도_카페, 진정성 한강편
3_다시 태어난 영국의 70년대 오피스와 공중정원
4_코첼라 밸리를 무지개빛으로 물들인 김수자 작가
5_개인의 상징에서 미래의 표식으로, 사치하타 도장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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