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이 된 어린이 첫째는 학교에 잘 적응을 했다. 학교가 끝나면 늘 집으로 곧장 와서 학교 숙제를 하고 나와 둘이서 노는 시간을 가졌고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생들을 데리고 가고 여유로운 1학년을 보냈다. 학원을 가지 않아서일까, 어린이는 늘 밝고 쾌활했다. 그런 아이를 학교 담임선생님도 아껴주고 사랑해 줘서 어디를 가든지 사랑받는 아이가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런지 나는 그저 아이가 건강하고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학교를 보냈다.
그리고 사정이 생겨서 회사 복직을 일 년, 앞당기면서 학교 통학문제와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아이는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게 되었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다. 사실 저학년들이 전학을 가는 거는 흔한 일이어서 많이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게 나의 실수였을까, 아니면 어린이의 기질 문제인 걸까.
전학을 하고 새롭게 2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고 담임선생님은 엄하고 연차가 있는 선생님으로 배정이 되었다. 사실 선생님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부분들은 분명히 있었지만 호랑이 선생님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어린이는 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여기부터 문제였을까. 아이가 수업시간에 너무 까불고 신나 해서 수업이 방해가 될 정도여서 연락을 하셨다고 한다. 어린이의 기질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죄송하다고 가정에서 더 지도하겠다는 말씀 밖에는 드릴 수가 없었고... 그날, 우리 집은 뒤집어졌다. 나도 남편도 아이에게 화가 나서 첫째는 혼이 나서 펑펑 울면서 잠이 들었고 나와 남편은 서로 한숨만 쉬었고 집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을 감지한 둘째는 본인 방에 들어갔고 아직 어린 막내만 나에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안겨 있었다.
내가 똑같이 낳은 아이들인데 첫째, 둘째, 셋째는 기질이 너무 다르다. 첫째는 순하고 잔정이 많지만 동작이 크고 부산스러웠다. 그리고 어느 경계선 근처까지 장난을 종종 쳐서 나에게 크게 혼나기도 한다. 둘째는 까탈스럽고 본인만의 기준이 명확한 아이였고 본인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다정한 아이였다. 막내는 온갖 사랑을 받고 자러서인지 애교가 많은 아이다.
그리고 첫째는 결과적으로 눈치가 빠른 아이였는데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눈치가 빨라서 영리했지만 영리한 만큼 꾀가 많아서 종종 선생님들을 만만하게 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늘 이야기했다. 장난을 치고 싶어도 학교와 학원, 돌봄 센터 등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늘 조심해야 한다고 장난을 마냥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그 장난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받는다면 그건 일종의 폭력이라고 말이다.
첫쨰는 늘 알겠다고 잘하겠다고 답을 했지만, 나는 그날 이후에도 3개월에 한 번씩 학교에서 연락을 받았고 하반기에 접어들어서는 돌봄 센터에서도 연락을 받았다. 나에게는 굉장히 큰 스트레스였고 첫째에게도 계속 이런 식으로 학교와 돌봄 센터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 학교도 돌봄 센터도 네가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게 되고 엄마도 너의 그 장난 때문에 오랫동안 다닌 회사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진심이었다. 나의 그 이야기는.
아이의 학습태도가 좋지 않다면, 학교를 다닐 수 없다. 그건 돌봄 센터도 마찬가지겠지.
세상은 변했고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예전보다는 영민해졌다. 내 아이도 그건 마찬가지겠지. 그럼에도 그 영민함으로 아이가 세상을 사람을 사회와 세상 속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들과 규범들을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건 나의 부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등교도 하교도 대부분의 것들을 혼자서 해내는 아이가 고맙고 기특하면서도 나의 부재 때문에 학교와 돌봄 센터에서 사랑을 받고 싶어서 잘못된 방법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음이 힘들다. 올해는 유독 힘이 든다. 내년에는 부디 아이가 올해보다는 더 나아지기를. 나 또한 더 많은 사랑으로 아이를 감싸고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