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엄마의 학교 적응기
어느새 첫째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둘째가 입학을 했다. 둘째가 1학년을 입학하고 2학년이 될 때까지 회사를 쉬려고 했으나 사정이 생겨서 복직을 하게 되었고 나와 둘째에게는 2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입학하기 전에 학교 돌봄 교실에 다행히 당첨이 되었고 첫째와 둘째는 학교 정규수업을 마치고 돌봄 교실까지 갈 수 있게 되어서 안심하고 학교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학교 입학 전에 첫째가 그러했듯이 둘째에게도 시계 보는 법을 가르쳤다. 워킹맘인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었고 아이가 시간을 보고 학교에 등교를 하고 하교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간식을 챙겨 먹는 것이 돼야 나중에 학원도 보낼 수 있게 될 테니까. 학교 입학 전에 시계 보는 법을 다양하게 익히고 전자시계 보는 법도 알려줬다. 다행스럽게도 한글과 숫자를 먼저 익혀서 그런지 시계 보는 법은 쉽다며 자신만만해하는 둘째를 보면서 안심했다. 그래, 이것부터 첫걸음이지. 시간을 볼 줄 알아야 나중에 학습계획도 스스로 짤 수 있을 테지.
그리고 둘째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초등학교 1학년을 입학했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들, 선생님들.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것들이어서 그저 즐겁게 다녔으면 했는데,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둘째에게 문제가 생겼다.
' 엄마, 나 자꾸 배가 아파 ,
나 교실에서도 배가 아프고 집에 오니까 배가 더 아파'
처음에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둘째는 천식과 아토피, 비염이 있는 아이였고 주변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교실이 바뀌면 한동안 관찰하고 살피느냐고 혼자 적응시간이 필요한 아이였다. 그래서 진짜 배가 아픈 건 아니라는 생각에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그런데 3주 차가 되고 아이는 매일매일 학교에서 전화가 오고 집에 오면 배가 아파서 찜질팩을 하고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자주 다니는 소아과에 아이를 데리고 진료를 봤다. 의사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심리적인 원인 같다고 말씀하셨고 몸에는 이상이 없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게 심리적인 문제여도 그때에는 정말 배가 아프고 힘이 드는 거니까, 잘 보살펴줘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역시... 심리적인 문제구나.
혹시 몰라서 복통 약을 처방받고 집에서는 유산균을 약인 척하고 아이에게 줬다. 둘째는 배가 정말 아파했고 그때에는 처방받은 약을 먹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다. 둘째는 종종 학교에서도 배가 아프다고 연락이 왔고 나는 양호실에 가서 누워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답했다. 워킹맘인 나는 아이를 바로 데리러 갈 수 없었다. 미안해, 이건 네가 적응해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문제야..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워킹맘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학교 끝나고 시간도 생각하지 않고 교문에서 엄마를 만나고 돌봄 교실도 가지 않았을 텐데. 죄책감과 미안함과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 몰려왔다.
꼬박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아이는 괜찮아졌다. 정확히는 돌봄 교실을 그만두고 조금 더 편한 돌봄 센터로 옮기고 나서였다. 그만큼 아이는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학교를 긴장하고 다녔고 이어지는 돌봄 교실에서도 그저 앉아서 긴장한 상태로 다른 아이들과 있는 그 시간이 힘들었던 것이다. 돌봄 교실을 그만둘 때, 돌봄 선생님은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그만둬야지. 돌봄 센터로 이동하지 못했더라고 학교에서 하는 돌봄 교실은 그만둬야 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복직을 했다. 3, 4월 동안 내내 아이는 배가 아프다고 했고 병원에 다녔고 돌봄 교실을 그만두고 돌봄 센터로 옮기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다시 워킹맘으로 돌아간 나의 일상. 이제 곧, 새로운 학교에 새로운 아이들이 입학을 하겠지. 아마도 우리 둘째처럼 배가 아프고 학교에 적응하기 힘든 아이들도 생기겠지. 시간이 흘러야 아이들은 적응을 하고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부모의 사랑이 많이 필요하겠지. 부디 부모들도 신입생들도 잘 견뎌내는 입학시즌이 되길 바래본다.
- 배가 아프다던 1학년 둘째는, 이제 내년이면 2학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