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차승원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던 중에 차승원 배우의 말이 부드럽게 강렬해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영석 PD가 차승원 배우에게 “왜 그렇게 가정에만 충실하게 사느냐”라고 물어보았다. 그때 차승원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이번 생은 이렇게 살기로 했어. 이렇게 살아도 돼."였다. 웃으면서 건네는 이 말이 나에겐 무엇보다 강렬하게 들렸다.
화려한 인생을 사는 최고의 배우가 외부 활동이나 친구들과의 만남보다는 가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자기 삶에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은 열심히 하겠지만 그 외의 시간은 아내와 딸에게 충실하게 하는 차승원 배우의 말을 들으면서 나 또한 저렇게 내 삶을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뭣이 중헌디'에 맞는 한 문장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몇 년 교사로서의 내 삶에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내가 노력해도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힘든 학생, 학부모를 만나면 그해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게 교직인데 괜찮나, 교직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교권 침해, 학부모 민원 및 고소는 더 많아졌기에 교사로 사는 내 마음이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
병휴직을 하며 학교를 떠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내 마음을 글로 쓰면서 걷는 삶을 살아보니 외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일어난 목소리로 착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교직에 들어왔을 때의 순수한 마음이 빛바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교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온전히 내 안에서 나왔는지 알아차려야 했다.
여전히 내 안에서는 교사로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학생들을 만나는 순간 진심으로 만나고 싶고 그 아이의 학교 생활이 즐겁길 바랐다. 많은 문제행동을 가진 학생은 보호자와 함께 협조하여 더 많이 도와주고 싶었다. 그 마음들 때문에 상처받은 것이지만, 그 마음들이 여전히 내 안에 있어서 교사로서 잘 살아가고 싶다.
차승원의 “이번 생은 이렇게 살기로 했어. 이렇게 살아도 돼.”하는 단순 명료한 삶의 태도를 보고, 나 또한 '이번 생은 이렇게 살아도 돼'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직업으로 가진 교사의 삶, 그리고 소중한 내 아이들과 남편,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많은 것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등 떠밀어서 교사가 된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다시 가진 직업이다. 그리고 남편과의 만남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었다. 원한다고 가져지는 것들도 아닌데 나는 이렇게 모두 이루며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닫고 나니 새삼스럽게 모든 게 감사하다.
내 앞에 펼쳐진 교사의 삶에 대하여 더 많이 느껴보고 더 많이 사랑하고 아파하면서 나의 자리를 잘 찾아보려고 한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지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마냥 즐거운 일들로 가득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얼마 전 한 강 작가의 인터뷰에서 본 작가의 말이 생각이 난다. "살찐 낙관보다는 가냘픈 희망이 낫다"라는 작가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교직 사회가 직면한 현실이 좋지 않은 것은 맞기에, 내가 교사로서의 삶에서 잡고 있는 것도 가냘픈 희망이 아닌가 싶다. 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있고 고마움을 알아주는 이가 있을 것이라는 가냘픈 희망을 잡고 내 길을, 구불구불한 내 길을 사랑하며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