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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선생님

by 쓰는교사 정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다. 삶의 의미를 찾겠다는 의미라기보다 내가 좀 더 괜찮게 존재하다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내가 내 마음에 들게 살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 그 마음이 교사를 하면서도 똑같이 올라온다. 내가 교사로서 사는 동안 마음에 들고 싶기에 어떤 교사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신규 시절부터 몇 년 전까지 '학교 엄마'라고 자처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아이들에게 집에 엄마가 있듯 학교에는 선생님이 '학교 엄마'라고 하며 친절하게 가르쳤다. 물론 친절하지만 교육이 필요하고 훈육이 필요한 곳에서는 엄하게 지도를 했다. 자녀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한 후에는 진짜 엄마의 마음이 생겼다. 교사이면서도 엄마이기에, 엄마들의 입장이 되어 이런 부분을 지도하면 좋겠네, 이 부분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르쳤다. '학교 엄마'의 정체성을 가진 교사로 한동안 지냈다.


시간이 갈수록 학교 안에 들어오는 다양한 제도들로 인해서 학교에 대한, 교사에 대한 사회의 의식이 변화되면서 교사와 엄마의 입장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호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되 교사로서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들을 만나 일 년을 지내다 보면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로만 살아가기에는 교실은 무척 변화무쌍하기에 힘들다. 그렇게 살다가는 학교가 너무 재미가 없어 내가 먼저 지치고 말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큰 틀은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이지만 그 안에서는 다양한 나로 존재한다. 많이 웃는 교사, 진지하지만 유쾌한 교사, 놀이를 많이 하는 교사, 학생들에게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교사, 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교사, 쉬는 시간은 무조건 지키는 교사, 무섭기도 하지만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교사 등 다양한 모습의 교사로 존재하려고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우리 반 학생들에게 천사, 착한 선생님, 안 무서운데 좀 무서운 선생님 등 다양하게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꿈꾸는 교사'로 기억되고 싶다.

내가 교실에서 하는 일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라기보다는 학생들 마음속에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마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것, 학교에서 하는 활동 중 재미있어서 마음에 쏙 간직하고 싶은 것들, 잘하고 싶은 마음, 칭찬받고 싶은 마음, 착한 일을 하고 싶은 마음과 같이 작은 마음들이 학생들 마음 안에 자리 잡도록 하는 게 교사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씨를 뿌린다고 씨앗이 모두 싹트지 않는다. 싹을 틔우는 것은 학생이 하는 일이다.


교사가 주는 것들을 자기 안에 잘 담아 조금씩 키워내는 일은 학생이 커가면서 할 일이다. 자라다 보면 어느 날,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이런 것도 배웠지'라고 생각하며 꺼내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열심히 제약회사를 잘 다니던 때에 어린 시절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해 주신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내가 집으로 오면서 '나도 커서 선생님이 되면 우리 선생님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야지'라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가 내 안에 심어진 그 작은 마음이었다.


잔잔한 마음 호수에 그 생각이 돌멩이가 되어 퐁당 던져진 후 생긴 마음의 물결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회사원이었던 내가 이렇게 초등교사로 20년을 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더 확실하게 말하기도 한다. 여러분 안에 더 많은 씨앗을 뿌리라고, 선생님이 줄 수 있는 것은 그런 마음들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 씨앗은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여러분 마음에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라고.


학생들에게도 꿈을 꾸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도 꿈을 꾼다. 작가가 되어 아이들 앞에서 진로교육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처음부터 초등교사가 되지 않고 화학이 좋아 공대를 가고 제약회사에 취업해서 다시 공부해서 초등교사가 되었기에 나만이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좌절해도 괜찮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그 순간에도 너 안에는 수많은 씨앗이 싹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어쩌면 그 말은 나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여전히 학생들 앞에 서는 내가 좋으면 좋은 대로 더 가보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고 싶다. 교직 사회의 힘든 현실에서도 희망을 찾고 나아가보자고 나에게 말하고 싶다. 어쩌면 꿈꾸는 교사로 살고 싶은 마음은 조금 더 교사로서 희망을 찾고 싶어서인 듯하다. 신규 시절처럼 설렘을 가득 안고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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