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계단이었다.
하지만 신발끈을 묶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니
개미들이 분주하게 뭔가를
옮기고 있는 또 다른 세계를 봤다.
어설프게, 대충 스쳐지나듯
보는게 아니라
자세히 보면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기도 한다.
인생이 그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일기란 돋보기이다.
일기를 쓰면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평범한 내 인생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면 깨닫게 된다.
어설프게 스쳐지나듯
대충 보고는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꼭 돋보기로 다른 인생을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이 말이다.
내 인생을 돋보기로
들여다 볼 필요는 있는가란
질문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샌가
또 다시 돋보기를 들고
열심히 오늘 하루도 되돌아보고 있다.
때론 성큼성금
모른척 휙
지나가버리기도 하지만
이 작은 무리의 개미들이
모여서 이뤄내는
거대한 일을 경험한 뒤로는
이 일상이란 미시의 세계를
관찰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망원경으로 웅장한 대우주를 연구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미경으로 웅장한 소우주를 연구하는 이들도 있듯 말이다.
일기라는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일상이란 미시의 세계는
생각보다 중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