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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의 본질은 역사다2

[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이전 글에서

'일기의 본질은 역사다'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일기를 쓰면

필시 역사가가 

된다고도 했다. 


성실한 역사가에서 뛰어난 역사가로,

뛰어난 역사가에서 탁월한 역사가로

성장하는 길 중 하나로

일기를 제시했다. 


그런데 그 반대편 길은 어떨까? 

불성실한 역사가에서 미숙한 역사가로,

미숙한 역사가에서 무능한 역사가로 

퇴행하는 길 말이다. 


불성실한 역사가를 만났다고 해보자.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 사람, 


누군가가 해낸 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집어내지 

못하고 엉뚱한 답을 내놓는 사람, 


역사에서 오늘을 위한

지혜를 짜내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이나 실패에 

묶여있는 사람,


이들이 그런 역사가들일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혹시 나일까'하며

나 스스로로 살피게 될정도로

상당히 끔찍한 상태이다.


나는 일기쓰기가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물론 

자동적인 것은 아니다.


일기를 성실히 쓰더라도

완벽히 그런 상태를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일기를 쓰며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일기에 써놓은 것이

전부라고 믿고 

완전한 것이라 믿으면

언제든지 그리 될 수 있다.


반대로 

일기를 쓰지 않더라도

뛰어난 역사가일 수 있다. 


어떤 이들의 기억력은

기록 못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성실하며 탁월한 역사가가 

되는 길은 시간이 갈 수록

기억과 기록 모두를 요구한다.


흐트러지지 않고 

선명하게 지속되는 기록은

기억의 방부제다. 


기억력에 자만이 있다면

기록력의 겸손이 필요하다. 


성실한 역사가, 뛰어난 역사가,

탁월한 역사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 겸손한 역사가가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겸손한 역사가라면 

기록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더라도

아까 말한 끔찍한 상태를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겸손이 기억과 기록

곳곳에 퍼져있는 역사가는

타인의 기억과 기록과도

소통하며 부족과 불완전을

채워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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