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일기 쓰기는 작가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물론 세상이 인정해 주는
그런 작가는 아니다.
하나 반대로 말하면
누구의 승인도
필요치 않는
자유로운 작가다.
그렇다 치면
사실 우리는 이미 작가들이다.
우리 인생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나가고 있는
자유로운 작가들이다.
전문가는 체계적인 기록을
가진 자들이 아닌가.
자유로운 작가들에게
깊이를 더해주는 것이
일기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쓰는 행위와 작가를 연관 짓다 보니
자기 인생의 작가임을
일기 쓰기를 통해 더 의식하게 되는
이점도 있을 것이다.
살다 보면 사람과 조직의 규칙에
내가 휘둘릴 때가 있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내 인생의 자유로운 작가임을
잊게 되기 쉽다.
이후에 깨닫게 되는 것이지만
심지어 휘둘리는 순간조차도
선택의 연속을 거쳐가며
우리만의 이야기가 엮이고 있다는 점을
작가 시점이 되어서야 더 또렷이 볼 수 있게 된다.
이미 써나가고 있는 인생 이야기를
글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등장인물, 배경, 줄거리...
고민이 필요 없다.
작가 되기 참 쉽다.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고
구독자 수, 조회수, 좋아요 수,
그 숫자들이 커트라인을 넘어야
비로소 당당히 '나는 작가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작가임을 끊임없이
증명하여야 한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작가임은 그렇지 않다.
편안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작가라고.
자부심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책임 있게 써나가야 함을
상기시키는, 그런 의미로서
나는 작가임을
나 스스로에게 말해야만 한다.
나는 작가라고.
일기는 리마인더로서
눈에 띄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내 책장에 꽂힌 내 일기는
사람들 사이에 꽂힌 내 인생이다.
내가 쓴 내 인생이다.
또 아는가.
우리 중 누군가의 일기는
내 옆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그런 이야기로 다듬어져
다른 누군가의 책장 사이에
꽂히는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