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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던 일만 쓰는 유치한 일기.

[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있었던 일만 쓰면

유치한 일기일까?


초등학생인

첫째의 책 어딘가에

일기 쓰는 법이 적혀있다.


보고는 뜨끔 했다. 

"바다에 갔다.

물놀이를 했다. 

재미있었다."처럼 


있었던 일만 나열하는 것

피하고 나의 주장과 감정

등을 담으라는 이야기였다. 


뜨끔한 이유는 내 일기장이

꽤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문이다. 


20년 넘게 

일기를 써오면서


점점 더

내 감정과 주장만

쏟아놓는 것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더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일기를 다시 읽다 보면

대체 무슨 일이었길래

이런 감정과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일 때는

생각과 감정, 행동이 

단순하다.


하지만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 직장인, 

배우자, 부모...


시간이 흐르고

몸과 머리가 커질수록

생각과 감정, 행동이

복잡해진다. 


우리 자신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만나는 타인도

복잡해진다. 


한마디로 

복잡 X 복잡,

곱하기로 복잡해지는 것이

어른의 인생이다.  


초등학생일 때와는

다르다.


복잡한 일들의 연속에서

기록의 대상을 '선택'한다는 것에서부터

신경 쓰이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가들의 고뇌를 알게 된 걸까.

역사도 그렇듯, 무엇이 기록에 남을 만큼 중요한지 

선택하는 일은 항상 고민을 동반한다.

 

동시에

내가 선택한 것들만

기록에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머리 아프기만 한 일은 아니다. 

보상이 있다. 


때로는 상황을 잘 풀어서 

요약정리하며 기록하기만 해도

오해가 풀리기도 한다. 


게다가 면밀하고 솔직히 쓰다 보면

카타르시스 효과로

부정적인 감정이

꽤 씻겨나갈 때도 있다.


되려 '있는 그대로' 쓰기가 

어려울 때도 있는 것이다. 


어른의 일기에는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담는 것이

기본기라고 말하고 싶다. 

유치한 것이 아니다. 


경험에서 다들 알다시피

어떤 일이든 기본기는 단순해 보이고

유치해 보이기 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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