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살다 보면 어디 털어놓을 수 없는
일들을 겪곤 한다.
자꾸 속에 그런 게 쌓이다 보면
마치 무슨 암세포 키우는 듯 크다가
결국 멍울처럼 응어리가 진다.
그것도 계속 놔두다 보면
언젠가는 터져버린다.
썩은 내가 피어오르는
누런 고름같은 감정이
내 말과 행동에
더럽게 묻어 나온다.
그리되기 전에
나는 고해성사처럼
일기에 그때그때
그것들을 쥐어 짜낸다.
맞춤법이든 뭐든 마구잡이로
그냥 다 뱉어낸다.
글로 뱉는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냐
할지도 모르지만
드러내놓고 보면
이해가 조금 되고
감정이 조금 풀리며
생각도 조금 바뀐다.
그러고 난 뒤
문제적 현실에
다시 맞닥뜨렸을 때
태도가 조금 바로 되고
말이 조금 풀리고
행동도 조금 바뀐다.
이런 작은 차이가
때로는 문제를 돌파할
작은 균열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 맛을 보고 나니
어찌되었든 무작정 일기에
모든 일을 다 털어놓게 된 듯 하다.
물론 그리하더라도
작은 균열조차 생기지 않는
문제들에도 맞딱뜨린다.
그럼에도
계속 쓰는 것은,
난관 속에서 시도하고
실패하고 괴로워하는
이 치열한 순간을
이후에 증명할 기록도
일기이기 때문이다.
일기는 지금은 말 못 할 일들을
겪고 지나가는 이들을 위한
침묵의 경청자요,
미래의 증언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