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수 주일 전 이야기다.
낯선 그림 한 장이 식탁 위에 놓여있는 걸 보았다.
"이거 무슨 그림이야?"
"누가 그렸어?"
연거푸 물었더니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 힐끗 뒤돌아보면서 웃었다.
"이 집에 그림 그릴 사람이 자기 아니면 누가 그렸겠어? ㅋㅋㅋ"
"엉? 자기가 이걸 그렸다고?"
참말로 천지 개벽할 일이다.
그림과는 전혀 상관없었던 80돌이 내일 모래인 아내가 그렸다니...
"이걸 정말 자기가 그렸다고?"
나는 또 한 번 다그치듯 물었다.
"왜 그래요? 잘 그렸어? 못 그렸어?'
아내는 그냥 계속해서 실실 웃고만 있었다.
80여 평생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밥 먹고 살아온 나에겐
너무나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동안 내가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아내였는데...
세상에나~!
세상에나~!
내 아내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다니?
이게 웬일이니???
기가 막힌다!
나보다 더 잘 그렸어.
갑자기 우리 집에 '일러스트의 神'이 내렸나 봐.
" 자~! 여기 내가 쓰는 그림 도구 다 있으니.
이제부터는 내 눈치 보지말고 자기가 한번 신나게 그려봐요"
그렇게, 그렇게해서
한 달 동안 마음 내려놓고 그린 아내의 그림들이다.
그림의 '그'자도 모르던 아내는
부끄러움도 없이
하루에 한 장씩 식탁 위에서 쓱쓱 그려냈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봉사가 문고리 잡는다'는 옛 속담이 있었는데
그 속담이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집에서 강림하실 줄이야.
미쳐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