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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쌤 Oct 16. 2024

엄마 반성문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저를 들여다 보며 예전에 써놓았던 글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아마도 올 초에 썼던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반성하고 다시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여전히 아이에게 하고 싶지 않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인생을 제가 살려고 하는 것!

아이에게 제가 설계한 인생대로 엄마의 삶을 살라고 하는 것!

가지 않으려는 아이를 제가 가고자 하는 길로 앞에서 힘겹게 끌고 가려고 하는 저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이것은 저도, 아이도 둘다 원하지 않는 모습이니까요.

예전의 글을 읽으며, 다시 저를 들여다 보고, 지금은 멈추고 기다리고 지켜봐야 하는 때임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아이가 처음 홈스쿨을 시작했을 때는 제가 가본 적 없는 길이기에 많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운동선수로 다시 고등학교로 들어갔을 때는 제가 가본 적 없는 운동선수의 길이지만, 저의 고등학교 경험이 있어서일지, 홈스쿨의 경험이 있어서일지, 아니면 저 말고도 아이를 지도해 줄 선생님들이 있어서일지, 별로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저의 교육관에 대해 별로 뒤돌아보지 못했었습니다.     

언제가 저와 언쟁하던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게 엄마가 원하던 교육관이랑 맞는 거야?”     


아이의 그 말에 마음 한켠이 뜨끔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엄마에게 버릇없다며 아이를 혼냈습니다.     


어제 또 한 번 아이와 부딪쳤습니다. 언제나처럼 아이는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네옵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이런 부딪힘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9년의 홈스쿨 기간 동안,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그것에 책임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른들이 알려주는 지름길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길이 둘러 가는 길일지라도, 자신의 선택이 실패라는 결과를 가져올지라도, 그 모든 순간에 배움이 있다는 것을 아이는 몸으로 느끼며 배웠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를 앞에서 이끄는 것이 아닌, 아이가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옆에서 손잡아 주고, 부축해주고, 기다려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 저는 저의 걱정과 불안으로 아이에게 ‘이거 해야 한다.’, ‘저거 해야 한다’라며 아이를 힘겹게 앞에서 끌려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가 자기가 원하던 운동선수의 길을 끝까지 가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길을 끝까지 가지 못한다 해도 그 꿈을 향해 아이가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은

아이에게 모두 남아있는 것인데….     


저는 아이가 걸어가는 과정이 아닌, 아이가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만 바라보는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는 전과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 많이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그러니 엄마의 교육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일 거고요. 전지 훈련이다, 연습게임이다, 아이의 운동에 관여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엄마라는 삶이 너무 커졌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올인하는 엄마가 아닌, 자기 삶도 살아내는 엄마가 되자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저를 돌아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과 조언을 건넬 수는 있지만,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건 아이의 선택임을 기억하려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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