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 약 먹는 것을 자주 잊는 남편이 장어즙을 먹고 있을 때였어요.
그래서 통화를 할 때면 약 챙겨 먹었냐 물었습니다.
주말부부라 평일에는 제가 약을 챙겨줄 수 없거든요.
그런데 하루는 약 먹었냐는 저의 질문에
“내가 알아서 챙겨 먹고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그날 아침 저의 잔소리에 아들도 똑같이 말했었죠.
“내가 알아서 할게!”
누가 부자 아니랄까 봐하는 말도 어찌나 똑같은지….
아들은 청소년기이니 그렇다고 마음을 다스렸는데, 남편이 이러니 아들 몫까지 겹쳐서 더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마구 쏟아부었습니다.
“그래, 다들 다 알아서 해! 이제 나는 한마디도 안 하고, 아무도 안 챙길 거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하루에 남편과 아들에게서 똑같은 말을 들으니,
‘내가 뭐를 잘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제가 남편이나 아이를 잘 믿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못할 거라 미리 판단하고, 걱정해서, 그들보다 앞서가려고 했었던 것이죠. 남편이 자신의 말을 사과하며 이런 말을 했어요.
“생각해보면 날 챙겨주는 것이니 너무 고마운 일인데, 막상 ‘이거 했냐, 저거 했냐?’ 하는 말을 들으면, 하기 싫은 반항심이 생겨. 학생 때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은 것처럼.”
이런 반항심은 아마도 스스로 하려고 하는 자율 의지가 침해받는 것 같아서 생긴 것이겠지요.
오늘 아침 산책하며 전화 통화를 하는데 남편이 말합니다.
“네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것 같아.”
이 말을 들으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어제는 말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내더니, 오늘은 말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녹여냅니다.
말의 힘이 이리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아들과 남편에게서 들은 이 말에 상처를 받았지만, 남편은 성인이니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맞고, 아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을 배우는 나이니 그런 기회를 가져야 하는 것이 맞네요.
그러니 저는 그저 그들을 믿고, 그들의 삶이니, 지켜봐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또 결론은 저만 잘하면 되는 것이네요ㅠㅠ
그래도 남편, 아들~
말은 좀 이쁘게 하자!
‘내가 알아서 할게.’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