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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쌤 Aug 26. 2024

제발 잠 좀 자라!

몇 년 전, 청소년 미혼모 엄마들에게 부모교육을 할 때의 일입니다. 

다른 부모들처럼 이 어린 엄마들에게도 아기의 잠투정이 힘든 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냥 졸리면 자면 될 텐데, 왜 안 자고 잠투정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잠들었다 싶어서 눕히면 등에 센서가 달렸는지 금방 깨버리고... 저도 잠 좀 자고 싶어요.”


안 자고 찡얼거리니 화가 나서 그 어린 아기를 혼내기도 했다며 고백합니다. 

그러다 잠든 아기를 보면 화낸 게 미안해져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랍니다. 

그런데도 다시 잠투정이 시작되면 미안했던 맘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자신들도 짜증이 나서 울고 싶어지는 경우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아기들의 잠투정에 힘들었던 시간을 겪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아이가 4~5개월 정도 되었을 때, 같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졸리면 한참을 찡얼거리고, 안고 있어도 잘 안 자고, 잠들어서 눕히려고 하면 깨서 울었습니다. 

저에게도 아이의 잠문제는 스트레스 중 하나였습니다. 분명 온갖 육아서를 보며 공부했었는데, 그 당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소아과 검진을 갔을 때 아이의 잠투정에 대한 조언을 구했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미국 의사가 권해준 방법은 아이를 두고 나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몇 번 토닥여 준 다음, 잘 자라고 말하면서 방을 나오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아기가 울면 곧장 방으로 들어가지 말고, 5분 정도 기다렸다 다시 들어가 엄마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면서 몇 번 토닥여주고 다시 방을 나오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잠들 때까지 이 방법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들으며 뭔가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전문가인 소아과 의사 말이 해답인 것 같아 그 방법을 무작정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5일 정도 방에 아이를 두고 나오기를 시도하다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밖에서 듣고만 있는 것이 저에게는 아이를 재우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제가 힘들더라도 아이를 안고 토닥이며 재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에 아동발달에 대해 공부를 더 깊게 하면서, 이 방법을 빨리 그만둔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 두고 나오기’는 행동주의 양육에서 나온 것으로 아이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아이의 울음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인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나중에 지쳐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은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무기력함을 느끼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이 가치 있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이 방법은 아이를 빨리 잠자리 독립을 시켜 개인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부모의 욕구에서 비롯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의 잠투정으로 인해 아이의 잠자기 루틴에 대해 더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잠훈련이란 표현도 많이 사용되는데, 전 아기들에게 훈련을 시킨다는 그 표현이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잠자기 루틴이란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아기들 잠에 대해 알게 된 사실들은 이렇습니다. 


첫째, 아기들은 졸린다는 느낌을 모릅니다. 

뭔가 불편하고 피곤하지만 그게 졸린 느낌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아기에게 '우리 아기가 졸리는구나. 코~자고 싶은가 보네.'라며 지금 그 느낌이 졸린 것이고, 자면 괜찮아진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둘째, 아기들은 저녁 7-8시에 재우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일찍이라고 놀라는 부모가 있으시죠? 그러나 이때를 넘기면 아기들은 너무 피곤해진 상태라 잠들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어른들도 너무 피곤하면 오히려 잠이 잘 안 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기들은 저녁 7-8시에 잠들어 밤에 10-12시간 정도 자려고 합니다. 

그러나 일하는 부모들은 이때 퇴근해서 아이 얼굴 보고 저녁 먹이고 하다 보면 이 시간에 재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이 넘어가면 아이들은 피곤해서 더 짜증을 내고 투정을 부리게 됩니다.


셋째, 아이들은 다음 행동을 예상할 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낍니다. 

잠자기 전 활동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목욕하고 나서 마사지해주고, 같이 누워 동화책을 한 두권 읽어줍니다. 

그런 후에, 불을 어둡게 하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준다.’ 이런 식의 루틴을 만들어 규칙적으로 하다 보면, 아기들은 불을 어둡게 하면 잠자는 것을 예상하게 되고 잠잘 수 있는 모드로 들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잠자기 30분 전에는 활동적으로 놀아주는 것보다 정적인 활동으로 아기의 에너지를 낮춰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아이를 7시부터 재우기 시작했습니다. 

목욕을 시키고 저녁 7시면 잠자기 모드로 들어가 7시 반이면 잠이 들었습니다. 

간혹 11시 정도 잠깐 깨다가도 옆에서 토닥토닥 몇 번 해주면 다시 잠들어 아침 7시 정도 일어났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취침 시간이 저녁 9시를 넘지 않았고, 8-10시간을 잤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며 박사과정을 잘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아이가 밤새 잘 자주어, 제 공부시간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잠자리루틴을 한 이후로,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방긋 웃으며 방문을 열고 나옵니다. 

아침에 일어나 투정을 부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필요한 만큼 잠을 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정보 속에 있습니다. 아마도 몰라서 못하는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것들도 인터넷으로 몇 번 뒤적이다 보면 대충이라도 알게 되는 것이 요즘 세상입니다. 

그러나 그런 많은 정보들 속에 어떤 것이 사실인지, 어떤 것이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부모의 몫입니다. 

예전에는 경험으로 자세하게 이것저것 알려주던 어른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만으로 부모가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보엄마, 아빠들인 경우 그 막막함과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죠. 


아동발달을 전공으로 공부한 저도 아이를 기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올라오는 나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나 자신을 공부해야 하고, 

내 아이의 반응과 성장을 알기 위해 자녀를 공부해야 하며, 

자녀가 살아갈 미래를 알기 위해 세상을 공부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겪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런 실수를 통해 부모인 저희들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습니다. 

내 자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최선을 다하는 부모만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 실수하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모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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