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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잠비아 3) 아프리카 아이들과의 축구 시합

우리는 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을 방문 에피소드


잠비아에서의 주요 일정은 식수펌프를 위해 모금한 돈을 기부한 NGO의 후원자들이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들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앞의 이야기들을 봐 주세욥.)


장소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 날도 차를 타고 흙이 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 이곳저곳을 이동했다. 풍경은 전 날 본것들과 비슷했다. 비슷한 모양의 흙집들, 마른 나무와 소, 닭, 염소, 더워서 쓰러진 개들이 보이는 너른 들판 등. 풍경은 단조롭고 다른 할 일이 없어 졸면서 끝말잇기를 했는데, 잠비아 사람들과 영어로 하다보니 머리를 좀 더 썼던것 같다. (하지만 끝에는 리듐 등으로 끝나는건 비슷하더라는...)






시골 사람들은 도시와 비교하면 대체로 밝았다. 한 집을 방문하는거라 해도 인근 동네 사람들도 같이 나와 반겨줬다.


사진으로만 보던 후원 아동을 보고 반가워 달려간 후원자 분을 보고 겁을 먹고 우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처음 보는 외국인들을 웃으며 반겨줬다. 걔중에는 같이 사진을 찍자고 먼저 다가오는 용감한 사람도 있고, 고맙다며 살아있는 닭(!)을 선물로 준 분도 계셨다.


???: 한국에 가져가 / …네?!


닭 이야기가 나온 김에 써보는 점심 에피소드


중간에 마을에 식당이 없어서인지 숙소에서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메뉴는 언제나 치킨+ 감자였다. 그러다가 하루는 생선이라고 쓰인 상자 몇 개 있길래 다른 음식이 먹고 싶어 하나 달라고 했다.


그런데 점심을 나눠주던 스태프가 "Are you sure?" 하고, 진짜 먹을거냐고 계속 물어봤다. 몇 번이나 '어 맞아'하고 받아온 뒤 점심 시간에 뚜껑을 똭! 열었는데, 갸라도스 같이 생긴 커다란 물고기 머리가 눈을 뒤집어 깐 채 똭! 하고 들어있었다.

히익! 놀라서 나도모르게 뚜껑을 닫았더니 나눠주던 스태프가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Change?" 라고 물어왔다. 카, 캄사합니닷!

나는 두손 모아 다소곳이 이 영물이 담긴 런치박스를 건냈고, 그의 치킨 점심을 건내받았다. 이걸 사진으로 찍어놨으면 좋았을텐데. 아무튼 그후로 다시는 치느님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참고로 뭔 생선이길래 그렇게 크고 무섭게 생겼었을까? 하고 찾아보니, 의심되는 놈이 하나 나왔다. 이 놈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 정도로 무서운 비주얼이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봐 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73WJHUzoq3g



그들은 너무나 강려크 했다...OTL...

너 쫌 찍을 줄 안다?!

마을을 돌던 중 한 학교 근처에서 쉬다가 동네 꼬마 아이들과 놀게 되었다.

우선 아이들은, 사진을 정말 좋아했다.



그리고 이 때 나의 블로그를 보고 한 이웃 분이 가서 선물해 달라며 아이들 학용품과 축구공을 사 주셨는데, 축구공을 보고 아이들의 눈에 은은한 광기가 돌기 시작하며 축구를 하자고 했다.


우리 키의 반도 안되는 맨발의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거라 봐주면서 해야겠네... 라고 생각한건 경기도 오산이었다. 우리는 처참하게 발렸다...OTL...


참고로 잠비아를 돌며 빈 들판에 골대로 추정되는 시설물과(라고는 하지만 말뚝같은거였다) 축구공을으로 추정되는지푸라기를 엮어 둘둘말은 공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책이나 오락기 같은게 없으니 아이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축구를 하고, 골대나 축구공이 없어도 만들어서 하는 모습이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라는건 여기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도로 근처에서 축구를 하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가던 우리를 보고는 공중제비를 돌며 반겨주는걸 보며 돌아왔다.


그리고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이 축구공이 나중에 웰던 수학책 프로젝트의 큰 부분이 되게 된다.



#아프리카 #잠비아 #아프리카여행기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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