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1. You Open My World 2
몇 주 전, 카페에 갔는데, 근처에 사신다는 태국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영어를 약간 할 줄 알았던 아주머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어디서 왔냐길래 나는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내가 자신이 처음 이야기 해보는 한국인이라며, "You, open my world"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누군가가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할 거라고는, 그것도 글로벌이라는 단어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아주머니로부터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편견 반성합니다)
그리고는 '엄 근데 내가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딱히 한건 없는것 같은데...'라며 민망해했는데, 그런 생각을 바꾸게 해 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2.
예전에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수학책을 만들 때였다. 책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 중 아프리카에 1년간 봉사활동을 다녀온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훗날 자신이 다녀온 국가에 봉사활동을 가는 학생들의 교육을 맡게 되었는데, 그때 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했다.
"얘들아, 너네가 그 사람들을 뭐 대단하게 도와주러 간다고는 생각하지 마. 사실 너희가 가서 하는 일이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진 않아. 대신 친구 많이 사귀고, 이야기 많이 하고, 많이 놀고 와. 그럼 걔네는 너희를 통해서 다른 세상을 배울 수 있거든. 그게 너희가 도와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이야."
3.
그러고 보니 내가 저 수학책을 갖고 남아공에 갔을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당시 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케이프타운의 슬럼가 아이들에게 검부츠 댄스라는 걸 가르치는 여행사 대표를 따라 슬럼가를 방문했다. 그때 우리는 이들의 영상을 찍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알리려고 했는데, 큰 도움은 될 것 같지 않아 미안했다.
그러자 그 친구도 말했다. "괜찮아, 아이들한테는 너희 같은 외국인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선물 같은 일이야. 그리고 나도 이번 일을 통해서 이렇게 온라인에서 알리고 펀딩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워서 좋았어."
이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니, 카페에서 만난 태국 아주머니도 그런 뜻에서 You open my world라고 했던 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덕분에 나의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으로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 아주머니의 한 마디도 내 머릿속의 세상을 한층 넓혀준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