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 시작으로 외국인을 위한 한국 소개+이야기 콘텐츠를 준비하던 중, 3년 전 추석에 남산골 한옥마을 특설 장터(?)에서 이틀 간 괴불노리개를 판매했던게 생각났다. 노리개를 이렇게 파는 기회는 잘 없는데, 당시 노리개 판매를 맡아주신 아리스타 커피 필동점에서 상인회를 통해 연결해 주셔서 판매를 해볼 수 있었다. 이 때 있었던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었어서 남산 이야기를 쓰기 전 이 이야기와 남산골 한옥마을을 같이 소개하면 좋겠다 싶어 끄적여 봤다.
1. 세상 쿨한 손님 1위
노리개 판매를 개시하고 얼마 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국 손님이 아무 말 없이 노리개를 슥- 보다가 3단 노리개를 하나 고른 뒤 5만 원짜리 지폐를 건냈다. 헉 근데 잔돈이 모자라 당황했다. 그러자 손님이, "잔돈은 가지세요 (Keep the change)" 라며 쿨하게 돌아섰다.
3단 노리개는 24000원. 근데 잔돈이 26000원이라니, 이건 좀 많다 싶어(좋긴하지만) 떠나는 그를 붙잡고 ‘잔돈이 노리개 값보다 더 크다, 1단 노리개는 12000원이니까, 이걸 두 개 더 가져가시면 어떠냐’라고 했더니 그는 오케이- 라며 노리개 두 개를 슥- 고르더니 바로 자신의 백팩에 노리개 세 개를 달랑달랑 달고 바람처럼 떠났다.
떠나가는 손님의 노리개 달린 가방을 보며, 이 날 도와주러온 친구들과 '진짜 쿨내난다' 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2. 어느 교환학생들의 노리개 고르는 법
하지만 저 쿨한 손님과 달리, 이때 온 외국인 손님들 중에는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분들이 많았던것 같다. 그중 한 무리의 교환학생들은 색상표를 보고 "와- 색깔에 동물 이름이 붙어있네요?!" 하고 좋아하더니
“꺄- 나는 호랑이 할래!”
“난 토끼!"
"그럼 난 플라밍고!"
등등, 각자 원하는 동물의 노리개를 골랐다. 그러더니 서로 짠- 하며 내밀며 까르르 웃던 게 귀여워서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3. 내 여자 친구는 섹시큐티!
역시나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다는 한 남학생은
“본국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데, 추천 좀 해주세요" 라며 색을 골라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음- 여친이 섹시파에요, 아니면 큐티파에요?” 라고 물었더니 이 남학생이 씩 웃으면서 "둘 다에요!"라고 했다.
오우- 럭키가이- :D
그래서 내가 카렌 마젠타를 골라줬더니 신나하며 사가던 뒷모습이 생각난다.
그 외에도 외국 손님들은 "우리 엄마한테 어울리는 색을 추천해 주세요” 라든가, “캐나다에 있는 조카 선물로 줄 색을 골라주세요” 하고 색 추천을 부탁하거나 구입하지 않더라도 노리개의 유래, 각 색상의 의미 등을 묻는 등 적극적으로 말을걸어 오는 분이 많아서 나도 평소보다 말을 많이했던 기억이 난다.
4. 우리는 직접 만들고 싶어요
판매 둘째 날에는 외국인 손님보다 한국 손님이 더 많았는데, 한국 손님들은 아이들 체험을 위한 DIY 키트를 구입하는 분들이 많으셨다. 특히 한 어르신이 오셔서 "아이들 체험 활동이라고 써붙여봐. 엄마 아빠들은 이런 곳에 오면 아이들 체험을 찾거든." 이라고 귀뜸을 주셔서 '바느질 워크숍'이라고 써놨더니 그 뒤에는 아이들이 노리개를 직접 만드는 활동이 이어졌다.
DIY 를 사신 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파장 직전 짐을 챙길 때 딸의 손을 붙잡고 뛰어와 "아직 구입 가능한가요?" 라며 물어오신 분이었다. 가능하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신 그 분은 딸에게 색을 고르라고 하시고는 "아까 보고 기억해뒀다가 끝날 시간이라 엄청 뛰어왔어요. 딸한테 직접 만들어 주려고요." 라며 키트를 구입해가셨다. 집에 가져가서 예쁘게 만들자며 딸과 손을 꼭 잡고 돌아가는 모습에 보기 좋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이때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아리스타 카페는 아쉽게도 올해 문을 닫았다. 괴불노리개도 카렌족 천이 소진되면 제작은 종료될것 같다. 하지만 노리개를 알리고자 도와주신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은 평생 잊을 수 없을것같다. 카페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장님.
#괴불노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