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안 Jul 02. 2024

연락하지 않을게, 나라도, 퇴근 이후엔



휴일인데도 직장 팀 단톡방에 카톡이 오간다. 내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 답장을 달아야 할 필요는 없으나 피로감은 쌓인다. 물론 필요하니까, 승인을 받아야 하고 담당책임자도 그때그때 보고를 원하니까 그러는 거겠지만, 휴일 지나고 다음날 내용이 오고 가면 안 되는 것인가 생각을 한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관한 기사를 다시 찾아 읽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퇴근 후 회사에서 연락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스마트폰과 SNS 사용으로 연락이 더 편해지면서, 퇴근 후에도 이런저런 업무 사항들을 전달받는 상황이 늘어난 게 이런 용어가 나온 배경이다.



퇴근 후에도, 쉬는 날에도 업무 관련 연락을 받으면 어쩔 수 없이 일에 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간단한 답장을 요하는 연락이라도 그렇다. 물론 급박한 사항들은 퇴근 후, 쉬는 날 관계없이 신속하게 연락이 오고 가야 한다. 그런데 굳이 다음날 연락 줘도 될 것을. 업무시간이 아닌 때 연락하고 지시하는 게 어느덧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된 것 같아서 아쉽다.



상사의 입장은 대략 이렇다. '잊을까봐, 생각난 김에 미리 연락하는 거야. 나중에 까먹을까봐.'



나도 작은 한 부서의 장을 맡고 있다 보니 이해는 간다. 신경 쓸 게 많은 상사의 입장에서는 생각났을 때 바로 내용을 전달하는 게 훨씬 편하다. 그래야 놓치는 것도 적고.



그래서 번거롭더라도,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 연락 안 하고 메모해 두었다가 내일 업무시간에 전달하려 한다면 그것도 일이다. 신경을 한 번 더 써야 한다. 그렇지만 휴식 시간을 지켜주고자 한다면, 쉬는 시간을 배려해주고 싶다면 상사가 조금 더 에너지를 써야 한다. 번거로워도 아랫사람을 위한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물론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내 휴식 시간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휴식 시간도 소중하다 생각한다면, 때론 이를 악무는 심정으로라고 지켜줘야 한다. 설사 나는 위치상 무분별하게 연락받는다 해도, 내가 커트할 수 있는 선에서는 팀원들에게 가급적 퇴근 후 시간을 지켜줄 수 있기를. 나라도 해볼 수 있는데까지 그렇게 해보자고 다시금 마음 먹어본다.


이전 15화 처연하고 애틋한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