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
오후 햇살이 들어오는 교무실에 앉아 숙이는 교안을 정리하다 수연과 주미가 보내온 카톡 사진을 봤다. 손에 들고 있던 서류 그림자가 숙이 가슴에 얹혔다. 숙이는 얼굴을 들고 창문 밖을 응시했다. 중학교 울타리에 서 있는 새싹 가득한 꽃사과나무들에 햇볕이 잔잔하게 머물다 잔 바람과 함께 흔들렸다.
남학생 몇 명이 축구를 하며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안경 너머로 카톡에 올라온 주미와 수연 사진을 확대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둘은 부둥켜안고 있었다. 눈물 자국이 난 얼굴을 카메라 렌즈에 바짝 대서인지 수연과 주미의 눈 속은 기쁨과 성취의 불꽃이 일렁이는 듯했다. 신발을 맞대 놓고 광장에 철퍼덕 앉아 있는 주미와 수연, 등을 맞대고 두 팔로 신발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린 친구 둘, 대자로 광장 바닥에 누워 있는 소녀 둘, 광장 바닥에 새겨진 조개모양 이정표에 손을 얹고 있는 친구의 나이 먹은 손... 50년 넘은 절친들이 사진 속에 있었다. 마치 대학생들처럼 자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곳, 산티아고 대성당 앞 광장에서 말이다.
숙이는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그런 시간을 갖고 있는 두 친구가 말할 수 없이 부러웠다.
다음 날, 주미로부터 짧은 동영상을 받았다.
동영상 속 순례자 일행들은 한국 노래를 부르며 둥글게 돌고 있었는데, 노래는 '아리랑 목동'이었다. "야야~ 야야야~ 꽃바구니 옆에 끼고~" 모두들 환하게 웃으며 노래했지만, 얼굴에는 30일 순례길의 고단함이 배어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외국인들도 신기한 듯 한국 순례자들을 바라보다가, 수연이 손짓하자 몇 명이 그 손을 잡고 함께 원을 돌았다. 모두들 활짝 웃으며 펄쩍펄쩍 뛰고 엉성한 동작을 따라 했다.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있나 싶을 만큼, 행복해 보였다.
한 달 전, 순례길을 시작한다며 카톡을 보냈었는데 벌써 주미와 수연은 각자의 목표를 달성했구나 싶었다. 숙이는 자신이 도대체 무얼 하며 사는지, 문득 쓸쓸함이 들었다. 마침 학년 주임이 교무실에 들어오며 형광등을 켰고, 숙이는 퇴근 가방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