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계속되고, 어느 날 내공이 쌓이리라.
어제의 나는, 영화 <인사이드 르윈>의 주인공 르윈이었고
오늘의 나는, <라라랜드>의 미아다.
며칠 전, 오래전 중단한 프로보노를 다시 시작해 보고 싶어, 낭독봉사 교육을 받고 왔다.
과거에 비해, 이제 정보는 더 이상 나만의 것도 아니다. 오래전부터, 지원자가 훨씬 많았고
이젠 명실상부 오디션을 봐야 할 상황이다.
관계자도 그랬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오셨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세 사람만 필요해요..."를 거듭 강조했다.
내가 20대일 때... 돈 받고 하지 않는 일에, 목숨 걸지 말라고 선배들이 조언과 충고를 했다.
나는 속으로는 이상했지만, 나라는 사람은 내가 좋으면 해야하는 사람이라, 겉으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간혹 내 꿈과 이상을 표하면, '**씨는 참 순진하시네요. " 혹은 "돈 되는 일을 하세요. 이건 힘들어요."
직장 동료 중 한 명은 " 뜬구름 같은 소리"라고도 했다.
여하튼 낭독을 하려는 데, 그날 너무 바빠 점심도 못 먹고 갔더니, 힘이 없다.
평소에도 성량이 풍부하진 못해- 직업병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게 습관인데,
그날은 갑자기 추워진 날도 한몫을 했는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려웠다.
말이 교육이지, 이미 1차 평가나 다름없었다. 어딜가도 있는, 특별한 이들로 인해 살짝 주눅 들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저녁 무렵, (바람도 거세고, 힘도 없어 얼른 집으로 가야겠단 생각만 가득했다.)
'아...돈 안 받고 하는 일에,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들지? '
프로보노 활동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나를 위해서다.
오래전부터 시간이 생기면-시간을 만들어 하는 이들이 더 많다-이것저것 없는 능력을 끌어다 사용하곤 했다.
션 같은 사람과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션은 남다르니까, 그리고 프로보노는 경쟁이 아니므로 내 능력껏 하는 일- 이런 활동을 할 때 보람도 느끼고, 사는 맛의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위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내가 좋아서 시작했고, 나를 위해서 선택했으니,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그럼에도 그날, 교육장소에선, 또다시 무한경쟁을 실감했기에... 마음을 비우게 되었다.
그나저나, 라라랜드의 미아도 오디션 제법 봤지?
2024년 연말 무렵엔, 내가 걸어온 한 해의 의미를 발견할 거라 믿으며,
마음만큼은 청명한 가을하늘로 가득 채울 생각이다.
*영화 <인사이드 르윈>에서 주인공이 펍을 전전하며 노래할 곳을 찾는 모습이 정말 초라해 보였는데, 갑자기 그 장면이 겹치다니...이게 뭐지?
하지만, 다음날은 멋진 풍광이 어우러진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며, 다 잊었네요.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곡은 <Leave before you love me> (흥겨운 선율만 , 가사는 제외한) , 그냥 신나는 하루~온전히 가을을 즐겼답니다.
사는 건, 하루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날그날, 나답게 지내면 만족~.
*나에게 뜬구름 같은 소리를 한다고 했던 그 직장 동료는, 10년 더 지난 어느 날, 진심을 담아 이렇게 사과했다.
"그때 주제넘게 그런 소리를 지껄인 거 정말 미안했다."라고.
정말 별일도 아니었는데, 먼저 그렇게 나오니, 묘한 쾌감이 들었다. 그래요?라고 쿨하게 넘겼다.
(말을) 뱉은 쪽이 더 품고 지내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