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4 : 의사의 길』 소개글
삶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누군가의,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할 때가 아닐까.
18년 5월에 출간된 『신의 카르테2:다시 만난 친구』의 번역 작업에 한창일 때 나의 아버지는 암과 사투를 벌이고 계셨다. 작중 ‘늙은 여우’ 나이토 선생님이 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하다가, 죽음을 맞고, 남겨진 사람들이 슬퍼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마디마디에서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나의 지난날이었고 내가 처한 현실이었으며 곧 다가올 미래였기에.
그럼에도 많은 위안을 받았었다. 담담한 어조로 써 내려간 이야기 속에는 슬픔도 있었지만 웃음과 위로와 희망이 함께였다. ‘그래, 그 마음 알아’ 하며 불안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이 작품을 읽은 지인들도 비슷한 소감을 전해왔다. 이렇듯 수많은 독자를 울리고 웃긴 『신의 카르테』가 다시 돌아왔다. 소식이 끊겼던 절친한 벗을 다시 만난 양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죽음’이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대한 벽이다. 저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코앞에 있는 벽. 그 막막함을 실감하면 쉬이 무기력해지기도, 허무해지기도 한다. 그런 모두에게 구리하라는 말한다. 삶이 덧없고 부조리하게 느껴질지라도 온 힘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사는 것은 권리가 아닌 의무이며 그것이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길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후타쓰기 씨처럼, 일상을 잃고 나서야 그 일상을 누리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나 구리하라의 말처럼, 그치지 않는 비는 없고 동이 트지 않는 밤은 없다. 어두운 터널을 지날지라도 끝은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일상을 감사히 여기는, 누구나 머리로는 알지만 체화하기는 쉽지 않은 마음가짐을 작가는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 작품은 다소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한 의사의 드라마가 아니라 하루하루 힘껏 살아내는 우리 모두를 관통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시리즈 장편 소설인지라 기존 독자가 아니라면 선뜻 손이 나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조심스레 『신의 카르테』시리즈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당신의 일상에 따스한 위안이 될 것이며 다음 출간 소식을 기다리게 되리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구리하라가 건네는 위로와 희망이, 살아 있음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이 부디 많은 분께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