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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Oct 07. 2022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지기를

─『가끔 너를 생각해』옮긴이의 말

마법사는 존재한다


수년 전, 나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오랜 시간 꿈꿨던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수입이 없어지자 심히 위축되었고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 여겨질 때마다 우울해하며 감정의 널을 뛰기 일쑤였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남편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꿈에 다가서고 있는 너는 행복한 사람이다. 너를 도울 수 있어 나도 행복하다. 널 행복하게 해주면서 내 자신도 행복하니 나는 두 가지나 이룬 셈이다.” 

 이때 느낀 감동과 위안이 얼마나 컸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얼마 전, 이 작품을 만나고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스스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마법사다’라는 메시지는 남편이 내게 주었던 그것과 일맥상통했으니까. 수년 전 짧지만 강렬하게 날 스쳤던 감동이, 시즈쿠가 여러 인물을 만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 곳곳에 입체적으로 녹아들어 있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라이트노블이라는 형식의 소설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막연히 깃털처럼 가볍기만 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 나의 편견을 보란 듯이 깨주었다. 다소 유치하다 싶은 장면도 있고 흠칫할 만큼 과감한 표현도 산재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한 번씩 ‘이런 건 예상 못했지?’ 하며 묵직한 울림을 주는 느낌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의 형태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사람은 꼭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기쁜 일이 생겨야지만 행복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나로 인해 누군가가 웃을 때 덩달아 행복해지기도 한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집순이’ 체질이라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아도 혼자 썩 잘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은 후에는 가족과 친구가 보고 싶어졌다. 내게 마법사가 되어주는 이들이 고마웠고 나도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졌다. 


여러분도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든 당신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마법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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