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너를 생각해』옮긴이의 말
수년 전, 나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오랜 시간 꿈꿨던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수입이 없어지자 심히 위축되었고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 여겨질 때마다 우울해하며 감정의 널을 뛰기 일쑤였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남편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꿈에 다가서고 있는 너는 행복한 사람이다. 너를 도울 수 있어 나도 행복하다. 널 행복하게 해주면서 내 자신도 행복하니 나는 두 가지나 이룬 셈이다.”
이때 느낀 감동과 위안이 얼마나 컸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얼마 전, 이 작품을 만나고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스스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마법사다’라는 메시지는 남편이 내게 주었던 그것과 일맥상통했으니까. 수년 전 짧지만 강렬하게 날 스쳤던 감동이, 시즈쿠가 여러 인물을 만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 곳곳에 입체적으로 녹아들어 있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라이트노블이라는 형식의 소설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막연히 깃털처럼 가볍기만 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 나의 편견을 보란 듯이 깨주었다. 다소 유치하다 싶은 장면도 있고 흠칫할 만큼 과감한 표현도 산재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한 번씩 ‘이런 건 예상 못했지?’ 하며 묵직한 울림을 주는 느낌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의 형태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사람은 꼭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기쁜 일이 생겨야지만 행복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나로 인해 누군가가 웃을 때 덩달아 행복해지기도 한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집순이’ 체질이라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아도 혼자 썩 잘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은 후에는 가족과 친구가 보고 싶어졌다. 내게 마법사가 되어주는 이들이 고마웠고 나도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졌다.
여러분도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든 당신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마법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