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1. 몰, 그 느닷없는 슬픔과 대책없는 악동
- 긍정적인 뜻을 가지는 명사 앞에 붙어, 어떤 대상이 그 명사가 나타내는 자질이나 속성이나 내용을 유감스럽게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
- 사전적 정의에서의 "몰" 개념은 긍정적인 뜻을 뒤집는 의미이지만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몰은 어떤 순간의 변화를 아름답다고 일렀다.
- "내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충만한 체험으로 자릴 잡는다."
이 구절에서 나도 나만의 아름다움을 상상해보았다.
- 나의 아름다움을 생각해보자면 나는 참 반짝이는 것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는 보석이었고 지금은 윤슬, 별, 높고 먼 곳에서 본 야경 이런 것들을 볼 때 아름답다고 느낀다. 나의 아름다움을 정의하자면 "빛" 이라 부르고 싶다.
- 2호선으로 출퇴근할 때 항상 한강 다리를 건넌다. 겨울에는 빨리 해가 지지만 지금같은 봄 여름에는 그 다리를 건널 때 햇빛에 비친 강물을 보며 유일하게 자연과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반짝 거리는 것을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반짝이는 것은 멈춰있지 않다. 끊임없이 각을 달리하여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런 동적인 감각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순간을 만든다.
2. 무지개, 우주를 읽는 하나의 열쇠
- 우연치 않게 바로 다음 부분에서 과학자인 작가가 본 아름다움으로 무지개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무지개도 다양한 파장에 의한 빛의 굴절이지 않나.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에서 또 재미있게 읽은 구절이 나온다.
- "이는 내 육신이 구성하는 물질이 태양뿐만이 아니라,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이 원자 수준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뜻이다. 이는 무지개에서 출발해 다가갈 수 있는 놀라운 발견이다." - 41p
-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원자 수준에서 같다는 말이 마치 감성과 이성이 통하는 것 같았다. 빛을 보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은 결국 빛이 비추는 모든 것이 나와 구성된 것과 같다는 의미 같이 느껴진다. 내가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만지는 모든 것들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 너무 많이 확장했나 싶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만물 다를게 없는 세상이라 감성과 이성이 쉽게 스위칭 되는 것 같다.
- 정서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뇌과학 책을 보면, 이게 다 호르몬이고 뇌의 장난질이라 생각하면 힘든 마음이 줄어든다. 또 너무 팩트에만 매진하고 앞만 보고 달릴때는 자연을 돌아보며 결국 다 행복하자고 사는 건데 너무 사실에만 급급하지 말자 그런 생각도 한다.
3. 한글, 그 당돌한. 아름다움
- "ㄱ"을 설명하면서 "혁명적인 감동"이라 칭하는 내용을 보고, 곱씹어보면 한글이 정말 멋스러운 문자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억"을 말할 때, 긁는 소리가 나고 그 긁는 소리에도 "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잘 만든 단어인지. 긁을 때 느껴지는 입안이 마치 "ㄱ" 모양같은 것도.
- "'짓다'라는 말은 우리말에서 참 중요하다. 의식주가 다 짓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밥 짓고, 집 짓고, 옷 짓고, 글도 짓는다. 웃음도 짓고 눈물도 짓고, 죄도 짓고, 인생살이에서 업도 짓는다." - 61p
- 한글에는 특유의 말맛이 있다. AI를 업으로 하면서 문자를 생성하는 모델이 많이 발전했는데, AI가 만든 글에는 맛이 없다. "짓다"라는 단어가 참 말맛있는 단어다.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해도 다 그 말에 깃든 의미가 다 다른 것이 매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