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신호대기하는 시간, 그녀는(1)
자동차 시동을 켰다. 내 사는 빌라의 하수관 같은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골목길에서 산복도로로 들어서면 출근길 첫 번째 신호등이 있다. 나는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보행자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질 때 까지 기다린다. 이 신호등 바로 옆에는 '우정갈비'가 있다. 그 곳은 남편과 결혼하기 전 첫 데이트했던 곳이다. 갈비로 유명한 우정갈비에서 우리는 갈비 대신 돌솥 밥을 먹었다.
아마도 점심때였던 것 같다. 다리를 돌돌 말아 옆으로 앉아 있던 나에게 청년은 다리 쭉 뻗고 앉아요, 라고 했다. 나는 청년이 시키는대로 했다. 밥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청년은 테이블 아래로 손을 넣더니 쭉 뻗은 내 다리를, 내 발을 마사지 하듯 만졌다.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고, 마침 그때 돌솥 밥을 들고 종업원이 들어왔다. 돌솥 밥은 기가 차게 맛났다. 그 맛이 행복한 기분 때문이었는지 정말 맛난 것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날 청년은, 돌솥 밥이 맛있으니 갈비도 맛있을 거예요. 우리 다음에도 또 와요, 라고 했다.
1995년. 그해 청년은 내게 청혼을 했고 그 이듬해 우리는 결혼을 했다. 그 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나는 그곳에 갈비를 먹으러 가지 않았다.
3년 전 이 빌라로 이사 온 후 첫 번째 신호등을 지날 때마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가슴이 따끔 따끔하다. 아주 세련되게 리모델링을 하고 since 1992라고 역사까지 새겨 넣은 간판을 보니 우정갈비는 우리가 처음 데이트 했던 이후로도 계속 번창한 모양이다. 내 사는 모양이 이렇게 된 것과는 정반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