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글학교 일지-1. 열심히 하지 말기?
자주 드나들던 캐나다 카페에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캐나다 한글학교 교사 모집>
나는 한국에서 아이들을 위해 노래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었다. 아이들 콘텐츠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캐나다대학에서 차일드케어를 공부하다 취득한 캐나다 유아교사 자격증은 있다지만… 내가 한글학교 교사가 될 수 있을까?
서류 보고 연락 드립니다.
전화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요.
밤을 새워 공들여 쓴 서류가 통과되고 2차, 3차 인터뷰를 진행했다. 1차는 서류 전형, 2차는 전화 인터뷰, 3차는 대면 인터뷰였다.
그리고 나는
캐나다 한글학교 유치부 선생님이 되었다.
어쩌다 내가 뽑힌 걸까?
나중에 들어보니, 교감 선생님은 내 경력을 보고 신나게 아이들과 놀 수 있겠구나 싶었단다. 해외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땐 얼마나 빠르게 한글공부를 잘 가르치느냐보단 포기하지 않고 매주 한글자라도 배우러 한글학교에 꾸준히 오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당장 한글 쓸 일이 많지 않은 캐나다 아이들이 독하게 빨리 배울 이유가 없다. 그저 한글에 재미를 느끼고 깊이 있게 한국과 한글을 공부하기까지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뽑힌 두 번째 이유는 한글과 함께 한국문화를 가르쳐 줄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고 한다. 나름 국악 라디오 PD 겸 진행도 몇 년은 했었었다. 그래, 재미있게 한글과 한국을 가르치는 일이라면 나도 잘할 수 있겠다.
잘해보자.
이 아이들을 만나려고 내가 캐나다에 왔나 보다.
그리고 마지막 면접에서 내가 들은 당부는 딱 하나.
한글학교 교사일,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왜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한 걸까.
나는 한글학교 개학 첫날 알아버렸다.
그 부탁의 말씀을 기어이 듣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느라 2시간 밖에 못 자서 넋이 나간 내 앞에는 밤을 꼴딱 새우거나, 나처럼 자는 둥 마는 둥해서 얼굴빛이 어두운 한글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있었다.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가, 1년 동안 지치지 않고 아이들을 꾸준히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가. 첫날부터 고민에 휩싸인 나는 교감선생님의 당부를 떠올려본다.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은 지치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하자는 뜻이었나 보다.
이걸 1년 동안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