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n't need a star designer. Our product is the star.
(우리는 스타 디자이너가 필요 없다. 우리 제품이 스타이기 때문에.)"
델보의 시그니처 가방, 브리앙(Brillant MM) <델공 공식 SNS>
벨기에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델보(Delvaux)는 대단히 자심감 넘치는 명품 브랜드다. 1829년부터 시작된 명성답게 본인들이 만드는 상품에 가치를 부여한다. 벨기에 왕국은 1830년 네덜란드로부터 해방되면서 설립 됐는데, 그 보다도 1년전에 탄생한 델보는 190년이상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제품이 스타이기 때문에 스타 디자이너가 필요 없다"는 CEO의 말은 델보 브랜드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죽 명품 브랜드, 델보의 정체성이다.
Delvaux, Since 1829 <델보 공식 SNS>
20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가진 델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2013년이었다. 소위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가 주를 이루던 건 지금이나 8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프라다, 구찌, 디올, 버버리 등의 명품이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었다. 델보는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브랜드였지만 삼성복지재단 이서현 이사장(당시 제일모직 사장)과 유명 연예인들 덕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서현 이사장은 제일모직(이후 삼성물산과 합병)에서 16년이상 패션산업에 몸담은 패션 전문 경영인이다. 2013년 삼성 시무식에서 레드 코트에 델보 가방을 든 모습은 세련되면서 패션감각이 돋보인다. 2021년 포브스에서 선정한 한국 부자순위 11위에 해당하는 부를 가진 그녀는 당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티나지 않고 품질이 좋은 델보를 선택했다. 지금봐도 유행에 뒤쳐져 보이지 않는 그녀의 안목은 탁월했다.
델보 가방을 든 삼성 제일모직 이서현 사장, 2013년
클래식한 스타일은 '타임리스(timeless,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일 것이다. 이서현 이사장의 선택을 받은 델보 브리앙백(Brillant)은 1958년 세상에 나왔다. 60년 전에 만들어진 가방은 델보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도 델보하면 브리앙이 떠오를 정도로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방 중 하나다. 델보 가방은 다른 명품 브랜드처럼 로고가 없어서 티가 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단지 가방의 버클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브랜드를 나타내는 건 아니지만 잠금장치로서의 버클은 세련돼 보인다.
델보 가방의 버클 <델보 공식 SNS>
델보는 설립된지 50년이 지난, 1883년 벨기에 왕궁 공식 납품업체로 선정되어 왕실 조달 허가증을 최초로 받기도 했다. 벨기에 왕궁의 브랜드로 델보가 있다면 영국에는 버버리가 있다. 버버리는 영국 왕실에서 인정한 브랜드로 1955년에 왕실 인증을 받았다. 개버딘 소재를 발명해 방수가 되는 트렌치코트를 만든 버버리는 실용적이고 멋스러운 브랜드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버버리 브랜드는 1850년대 설립된 브랜드인데, 1829년부터 시작한 델보는 버버리의 엄마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역사를 지닌다. 버버리와 델보, 왕실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실용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퀄리티를 지키고 있다.
델보를 든 김희애(극 중 지선우) <부부의세계, 2020년>
2020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희애(극 중 지선우)는 능력있는 가정의학과 의사로 병원 부원장까지 맡고 있지만 남편의 불륜으로인해 가정이 파탄나는 내용이다. 파격적인 드라마의 스토리 만큼이나 김희애의 패션은 매 회마다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김희애가 드라마에서 들었던 델보 검정색 브리앙백은 우아하고 지적인 그녀의 스타일과 맞아 떨어졌다. 명품배우가 든 명품가방은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했다.
장인의 손에서 탄생하는 델보 가방 <델보 공식 SNS>
델보는 1829년부터 20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가진 명품 중의 명품이지만 독특한 점이 있다. 내로라 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가방뿐만 아니라 의류와 슈즈 등의 패션상품에 주력한다. 가방은 패션의 소품이고 의류가 주가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옷은 가방보다 계절 등의 시즌에따라 유행을 많이 받기 때문에 더 큰 매출을 가져다 줄 수있다. 하지만 델보는 거의 200년이 되는 세월동안 핸드백, 가죽소품, 액세서리 등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든 제품만을 밀고 나갔다. 매출을 위해서라면 옷도 팔고 신발도 팔면서 다양화했을텐데 가방 등의 가죽제품에 집중했다.
메트로폴 호텔 브뤼셀(Metropole hotel Brussels) 앞에서 델보 브리앙백을 들고 <델보 공식 홈페이지, 1961년>
한 가지를 전문적으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퀄리티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 일 것이다. 스타 디자이너가 필요 없다고 말 한 CEO의 말은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델보는 200년의 역사속에서 3,000개가 넘는 핸드백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델보가 만든 가방에 대한 설명과 스케치는 '황금 책'으로 불리는 '르 리브르 도르(Le Livre d'Or)'에 기록되어 내려오고 있다.
'벨기에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델보는 에르메스 보다 먼저 만들어진 브랜드다. 델보는 시그니처 가방인 '브리앙(Brillant)'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명품이다. 1961년에 브리앙 백을 든 사진 속 모습이 너무 고상하고 우아하게 느껴진다. 유럽감성이 느껴지는 메트로폴 호텔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19세기 지어진 호텔 중 현존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역사적인 장소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명품 가죽 브랜드 델보의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은 영원히 의미있게 남을 것 같다.
로고가 없어도 명품으로 빛날 수 있는 가방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델보는 진정한 명품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