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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룽지 Sep 17. 2021

브이로그 하세요?

떡상이라는 험난한 길


유튜브를 해보기로 했다. 사실 이 도전을 하기엔 부끄럽게도 나는 4개월 전까지 유튜브 유저가 아니었다. 


유튜브로는 방송 예능의 클립만 보고 알고 있는 유튜버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유튜브의 생태계나 인기 콘텐츠가 뭔지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오랜 로망 때문이다. 


내가 주인공인 콘텐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내 업이었다. 매일매일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콘텐츠들은 신제품이나 유명 연예인 혹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제작해주는 다른 누군가를 위한 콘텐츠. 


그 정점엔 광고가 있는데 광고의 경우 어느 것 하나 내가 만들었다고 할 만한 게 없다. 광고 제작의 스텝엔 모두 클라이언트의 컨펌이 있고, 이 컨펌을 받기 위해서는 광고주의 취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 스킬이다. 그리고 반려된 시안을 다시 제작하도록 팀원을 설득하는 능력. 광고 제작 업무의 본질은 창의력일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잡지사에 다닐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제품의 기능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글 속에 녹이느냐다. 광고처럼 보이지 않지만 제품에 대한 정보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글. 그러기 위해서 시의적절하게 유명 연예인을 섞기도 하고 사회적 이슈를 섞기도 한다. 그렇게 소비자가 알게 모르게 제품의 인지도를 높인다. 


그렇기에 이런 콘텐츠의 실세는 독자가 아니고 광고주다. 잡지를 채우는 수많은 콘텐츠들은 사실 광고를 따내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 시청자가 실세인 유튜브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유튜브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시청자의 호응이 중요하다. 클릭수를 유도해야 한다. 이쯤에서 비슷한 메커니즘의 분야가 생각나지 않나. ‘기레기’라는 불명예를 안은 인터넷 미디어의 기자들. 


<보그><지큐>와 같은 매체가 가진 우아함과 트렌디함으로 광고주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오직 클릭수의 양적 기준만으로 광고를 따내는 그들. 이를 위해 어떤 이슈든지 팩트체크는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기사를 만들고 오직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낚시성 제목이 붙어 기사는 세상에 나온다. (물론 잡지도 제목을 후킹하게 뽑는다. 단지 그 목적이 잡지를 구매한 독자가 페이지를 넘길 때 눈에 띄기 위함이다)


그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시대의 니즈가 바뀌었을 뿐이다. 2005년 세상에 나타나 누구나가 자신의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유튜브. 그나마 정말 누구나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브이로그가 유행하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 이후다. 전문성이나 특별함이 없어도 단지 내가 가진 일상만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일상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다. 내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전제는 필요하다. 내 일상이 특별하거나 그 일상을 가진 내가 특별하거나. 이를 위해선 일상의 가공이 필요하다. 누구나와 똑같은 일상으로는 절대 높은 조회수를 얻을 수 없다. 여기에는 <보그>와 같은 전통 매체가 가진 우아함과 트렌디함 그리고 인터넷 미디어 기자들이 가진 일명 ‘어그로’가 모두 필요하다. 수많은 유튜브 영상 중 눈에 띌 후킹한 썸네일과 제목에 클릭한 시청자가 이탈하지 않을 질 높은 콘텐츠. 유튜버는 기존 매체의 콘텐츠 제작자들보다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하다. 누구나가 유튜버가 될 수는 있지만 누구나가 유튜버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지점이다. 


여기에 더해 노출이 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이라는 높은 장벽이 기다린다. 단지 빨리 올렸다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내 콘텐츠를 모두에게 노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튜브는 수많은 채널 중에서 뜰만한, 떠서 자신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안겨줄 유튜버를 찾아내는데 무엇보다 공을 들인다. 그들에게 소위 ‘떡상할’ 채널이라고 인정받는 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최소 3개월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3개월을 꾸준히 한다고 떡상할 것이란 보장은 전혀 없음에도.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유튜브에서는 내가 주인공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주인공일 수는 있다. 그러나 유튜브라고 열심히만 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나는 수익을 내는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한 콘텐츠를 만들고 시청자의 클릭을 유도할만한 ‘어그로’성 제목을 붙여야 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내가 주인공인 콘텐츠는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다. 그건 시청 또한 본인만이 할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혹시 지금 내가 먹는 점심이 너무 맛있어서 영상으로 촬영하지는 않았나? 그걸 볼 사람의 그저 미래의 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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