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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야 ]

퐁네프의 연인들

by 메타보이

갓 떨어진 축축한 낙엽이

밤을 가르는 차바퀴 옆을 구르다

금방 바닥에 납작 엎드리고 마는

내 기분도 그 옆에 앉은 귀뚜라미 같은

그런 좋은 밤이야

청량하고 부드러운 차를 마시고

달달한 뒷맛을 회감하며

널 생각해

같이 마시면 좋겠다고

내 입에 이 은근한 달달함을

네 입술에 전해주고 싶어서

지금 내 입에선 노래가 흥얼거려져

로맨틱한 장면을 떠올리면

한 겨울 눈이 내리는 길거리가 떠올라

미친 듯이 걷고 달리고

소리 지르고 장난치며 사랑을 표현하지

마치 퐁네프의 연인처럼

계속 발을 젓지 않으면

가라앉아버리는 깊은 호수에 빠진 것처럼

숨 막히는 일상에

작은 산소통을 들고 나타나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주는

너라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밤이야



메타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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