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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빛

빠르고 연약한 새

by 메타보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연약한 새야

너는 어둠의 손끝을 아스라이 스치며

그 위에 설탕처럼 녹아내리는구나


바람보다 먼저 움직이고

파도보다 먼저 마음을 흔들며

모든 그림자를 잠시 감싸 안아줘


너를 잡으려 말하는 자는

결코 너를 잡을 수 없지

너는 순간마다 태어나고 사라지니까


하지만 네가 지나간 자리에는

반짝이는 깃털 하나 남아

그 온기로 우리는 알 수 있단다


너는 가지도 오지도 않았음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늘 우리 곁을 맴돌고 있음을


네가 나를 어둠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나를 스쳐 지나가지 않도록

너를 내 안에 머무를 수 있게

나를 투명하게 만들어 둘게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전구처럼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연약한 새야

내 마음을 밝혀줘



2025.10.30. 메타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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