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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좋은 남자를 그린 그림

울산박물관 곽분양행락도

_HTU3387.JPG 사진1. <곽분양행락도병풍>, 조선후기, 울산박물관

조선시대 유행한 그림 가운데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가 있습니다(사진1). 8세기 당나라 때의 무장인 곽자의(郭子儀)를 모델로 그린 그림이지요. 곽자의는 당나라의 무장으로서, 안록산과 사사명의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사진2). 이후에도 토번과 위구르 같은 이민족들의 침략을 거듭 물리치며 당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냈죠. 때문에 그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LWyDWysY_aNQMbxTHuvspEiraQBbDwBd3UjM5_Oz5rBTGZBp5Lr9Yb4JWW0WXTLlBJC9NTv-qTRmb4RkPd4IiA.webp 사진2. 곽자의(郭子儀, 697~781)


그의 이러한 공적을 높이산 황제들은 그를 분양왕(汾陽王)으로 봉하고 상보(尙父)*로 칭했으며, 공주를 시집보내 사돈을 맺기도 했습니다. 무과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지요. 또한 그의 자손들 모두 잘되어 8명의 아들과 7명의 사위 모두 출세가도를 달렸다 합니다. 살아생전 엄청난 부와 명예, 자식 복까지 모두 누렸던 인물입니다. 이렇게 잘났으니 시기하는 인물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간신들로부터 여러차례 참소를 당한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처세에 능하였던 곽자의는 이러한 위기들을 무탈히 넘어갑니다. 이런 배경으로 곽자의는 중국과 한국에서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조선후기에는 그의 출세 및 번창한 가문을 묘사한 ''곽분양행락도''가 왕실과 민간에서 유행했습니다.


현재 울산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이 병풍 그림은 민간에서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외전(바깥채) 마당에서 황색 옷을 입고 앉아있는 곽자의를 중심으로 화려한 연회가 펼쳐지고 있습니다(사진3). 주변에는 8명의 아들과 7명의 사위, 손자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 무희와 악공들이 가득하여 번창한 그의 집안을 암시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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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곽자의(황색옷)를 중심으로 배치된 수많은 인물들은 그의 자손과 연회를 주관하는 악공, 무희 등이며, 마당에서는 무희 2명이 신명나게 춤을 추고 있다


병풍 우측** 한 켠에 묘사된 내전(안채)에서는 곽자의의 부인이 안채에 들어앉아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사진4). 그녀의 주변과 안채 영역에서는 며느리들(?)과 시중을 드는 여인들, 여러 동자들이 뛰놀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는데, 역시 자손을 많이 낳아 집안이 번창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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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화면 우측 편에 묘사된 내전의 모습. 곽자의 부인과 즐겁게 뛰노는 동자들, 편안히 지내는 여성들이 표현되었다.


그림 곳곳에는 민화 책가도에서 그려지는 귀한 물건들과 십장생의 일부인 소나무, 학 같은 모티프들이 확인되고 있는데요. 역시 부와 장수를 의미합니다(사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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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민화 십장생도와 책가도에서 보이는 여러가지 모티프들이 삽입되어 곽분양행락도 본래의 의미에 다복과 장수의 의미가 더해졌다.


종합적으로 보아 이 그림은 다복(多福)과 길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곽분양행락도''처럼 여러분들도 올 한해 많은 복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추신 : 이 그림은 울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즐거운 잔치 : 만복을 기원하다''라는 이름으로 5월 11일까지 전시됩니다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그런 대접을 받는 사람, 임금이 특별 대우로 신하에게 내리던 존칭의 하나

**감상자의 시선에서 보았을때 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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