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연필 필사가 더 필요한 때
벌써 한 달이 지났군요. 아이들과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같이 즐긴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둘째가 일기를 쓰기가 싫었던 어느 날, 아빠 타자기로 쉽게 대충 쓰고 넘어가려고 하는 걸 알면서도 타자기를 내어 주었지요. 내심 저도 아이랑 같이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아이에게 타자기를 내어 주고, 뒤에서 지켜보다가 제 타자기를 들고 왔더니, 자기는 벌써 일기 다 썼다면서 자러 가버렸습니다. 아쉬워서 혼자서 타자기에 간단하게 몇 자 치고 저도 자러 갔습니다.
아마 제대로 쓴 일기라면 공개하기 어려웠을 텐데, 일기이지만 공개해도 크게 문제 될 것 같지는 않아서 공개합니다. 그래도 혼자 네 벌식 타자기를 다루는 뒷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흐뭇하고 그러네요. 다음에는 조금 더 장문으로 써 주길 바라며,,,,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부모로서는 더없이 기쁘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는 아이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팀을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을 갔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어느 날 첫째부터 자신들은 더 이상 아빠가 응원하는 팀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겠다면서 배신을 해 버리더군요. 그러더니 점점 운동장 가서 캐치볼을 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되고, 거기다가 저도 직장일이 점점 바빠지고, 본격적으로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이들과의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것이 주말이 아니면 점점 힘들어져 가더군요. 그 사이에 아이들은 이제 아빠보다 게임을 더 찾더군요.
'타자기'는 집 안 곳곳에 널려 있는 물건이고 호기심을 해소할 정도로 충분히 만져봤기 때문에, 이제 우리 집 아이들에게 타자기는 신기한 물건이 더 이상 아니랍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괜히 기브 앤 테이크 식으로 타자기를 같이 하는 조건으로 어떤 보상을 약속하는 방식은 나중에 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지금은 아이들에게 같이 타자기 치자고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초등학생들이니 연필로 손글씨 쓰는 시간이 지금은 더 많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