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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 처음 만나는 아날로그 파트너 1

나의 첫 타자기를 찾는 7가지 방법

by 레뜨로핏 Rettrofit

앞에서 Ai시대에 우리가 왜 다시 타자기를 꺼내야 할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제안을 했으니 본격적으로 타자기에 관심있는 독자들을 위해 타자기를 고르는 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타자기는 여러분분들에게 풍성한 아날로그 글쓰기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타자기가 있을까?

타자기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 있는 문서화되어 있는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타자기는 1873년에 상용화되어 2011년 인도에 있는 마지막 타자기 공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약 138년간의 생산기간을 가진다. 타자기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는 1,058개의 타자기 브랜드를 기준으로 짐작해 볼 때 타자기 제조사 간의 인수합병, 리브랜딩(rebadging), 생산지 이전 등의 이슈까지 감안하여, 자사의 브랜드를 가지고 타자기를 제조를 했던 제조사는 약 1,130~1500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많은 제조사에서 개발한 타자기 모델의 수만 해도 3,300여 종의 기본모델을 가지고 변형된 모델까지 포함하면 약 6,000여 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종류별로 전세계에서 생산된 타자기의 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1920년대에 Underwood No. 5 모델 하나만으로도 수백만 대가 생산되었다고 하니,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타자기의 수는 엄청날 것으로 생각된다. 사무기기 자리에서 쫓겨난 뒤 폐기되거나 버려진 것도 있겠지만, 아직도 지구상에는 많은 개체의 타자기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여전히 타자기를 수리하여 되살리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그렇게 때문에 당신이 타자기에 대해 아는 만큼, 관심을 가지는 만큼, 중고시장에서 좋은 타자기를 건져올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당신이 고민해야 할 7가지 가이드

필자가 그동안 타자기를 수집하고 연구해 왔던 경험을 토대로 타자기 선택과 구매 가이드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타자기를 구매하는 것은 최신형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타자기는 사무기기 자리에서 사라진 지 30년이 지난 물건인 데다, 생산이 중단지도 20년이 지난 물건이라서 타자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중고물품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재고도 넉넉하지 않을뿐더러 관련 정보는 더 부족하다. 하지만 필자가 제시하는 7개의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막연했던 생각은 당신이 필요로 하는 타자기에 점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체크리스트 1. 사용목적(용도)과 사용빈도(한글/영문)

일단 타자기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당신이 가장 먼저 정해야 할 일은 사용 목적을 규정하는 것이다. 타자기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속의 충동과 울림을 들여다보자. “나는 왜 타자기가 필요한가?” 목적이 명확해야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충동적인 구매는 얼마되지 않아 흥미를 잃고, 타자기를 다시 중고시장에 손해를 보고 되팔게 될지도 모른다.

▪창작 활동: 소설, 시, 에세이 등 긴 호흡의 글쓰기가 주된 목적이라면, 타건감이 명확하고 장시간 사용해도 피로가 덜한 모델이 좋을 것이다. 견고한 기계식 데스크톱이나 성능 좋은 전동식 타자기가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일상 기록 및 필사: 일기, 편지, 메모나 좋아하는 문장을 따라 쓰는 필사가 목적이라면, 사용하기 편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모델이 좋다. 거기에 레트로한 감성까지 더해주는 디자인을 가진 예쁜 휴대용 타자기는 당신의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인테리어 소품 및 가끔 사용: 글쓰기보다는 공간을 채우는 아날로그 감성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성능보다는 디자인과 컬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 된다. 작동이 되지 않는 타자기를 고른다면 가격면에서도 더 저렴한 것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체크리스트 2. 한글이냐? 영문이냐?

창작목적의 글쓰기와 필사 중심이라면 아무래도 한글타자기 선택 비중이 높을 것이다. 반면 영어타자기를 선택한다면, 타자기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질것이다. 영문 타자기는 제조사별로 고를 수 있는 기종이 훨씬 많다. ‘타자기’는 해외 제조사 타자기가 기술적으로도 국산 타자기와 비교 불가의 역사를 가진 만큼 성능이나 디자인, 완성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글타자기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해 50~60년대에는 외산 타자기를 개조하거나 OEM생산을 통해 주로 제작되었다. 국내에서 타자기를 자체 생산이 가능해진 것은 1970년대 들어오면서부터였다. 현재 중고시장에 잔존하는 한글 타자기들은 대부분 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생산되었던 타자기들이 많다. 138년의 타자기 역사 안에서 국내 타자기 제조사들은 상당히 늦은 후발주자다. 해외타자기 제조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1970년대에는 원가 절감이 전반적인 추세였는데, 국내 제조사들도 이런 추세에 따라 재질이나 마감들이 그렇게 고급스러운 타자기는 없다는 것이 아쉽다.외산타자기를 한글타자기로 개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필자의 견해로 볼 때, 타자기의 재질이나 마감의 견고성 면에서는 60년대 이전의 타자기들을 더 추천하고 싶지만, 한글타자기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상태가 좋고 성능에 문제가 없는 국내산 한글타자기가 있다면, 고민 없이 구매를 해야 할 것이다. 해외 제조사에서 한글타자기를 OEM으로 제작하거나 국내에서 직접 개조한 모델로는 SmithCorona Classic12와 15, Olivetti Studio44, Studio46, Lettera32, Linea98, Erika Mod48, Brother JP3, Valiant, Oylmpia SG-1 같은 기종들이 있다. 그 외에도 Royal, Remington, Hermes, Facit, Silver Seiko 등의 외산 타자기에 한글 두벌 또는 네 벌식 자판으로 개조한 레어템이 간혹 나오지만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격도 매우 비싼 편이다. 따라서 한글 타자기를 구입한다면, 국내 제조사인 동아정공의 마라톤, 경방공업의 크로바 타자기로 입문하여 점차 자신에게 맞는 기종으로 확장해 나갈 것을 추천한다.


체크리스트 3. 한글타자기를 선택했다면 자판배열의 고민

타자기를 처음에 입문할 때 가장 많이들 고민하는 부분으로 자판의 선택이다. 한글타자기는 두 벌식부터 다섯 벌식까지 자판이 너무 다양하다. 어쩌면 이는 한국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행복한 고민 일수도 있다. 단일 언어 중에서 한국과 같이 다양한 자판을 보유한 나라가 또 있을까? 자국 고유의 언어로 이렇게 다양한 자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세종대왕님과 공병우박사님을 비롯해 여러 한글타자기 개발자들이 내리신 큰 은혜라고 생각한다. 영문자판의 경우는 대부분의 영어권인 국가에서는 쿼티(QWERTY) 자판을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드보락(DVORAK) 자판도 함께 표준자판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럽권에서 독일이 쿼즈(QWERTZ), 프랑스에서는 애저티(AZERTY) 자판을 사용하지만 쿼티도 많이 사용한다.


한글 타자기의 자판은 크게는 2벌식(두 벌식), 3벌식(세 벌식), 4벌식(네 벌식), 5벌식(다섯 벌식) 자판이 있다. 그중에서 2벌식은 정부표준과 외솔 정부표준 2종이 있다. 뿐만 아니라 5벌식(다섯 벌식) 자판도 김동훈식과 장봉선식 2가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자판은 정부표준 두 벌 식과 네 벌식 자판이다. 보통 많은 초보자들이 2벌식과 4벌식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을 한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둘 중하나를 정해서 추천하기가 어렵다.

개인마다 적응하는 차이가 있어서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 지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다만 2벌식은 현재 우리가 PC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판과 배열이 같아서 처음 접근성은 어렵지 않으나, 받침을 쓸 때 계속 받침키를 눌러야 하는 빈도가 높아서 이점에서 손가락 피로도를 느낀 유저는 4벌식으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4벌식을 쓰다가 맞지 않아서 2벌식으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우는 2벌식으로 입문해서 4벌식으로 전향한 케이스이고, 지금도 4벌식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 가지 일러둔다면, 정부표준으로 제정된 것은 4벌식이 먼저라서 그런지, 외산 타자기로 한글 개조를 한 기종은 대부분 4벌식 자판으로 되어 있다.

체크리스트 4. 타자기의 작동방식(기계식/전동식/전자식)

타자기는 동력원에 따라 ‘기계식’과 ‘전동식’과 ‘전자식’으로 나뉜다. 이 또한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다른 경우가 많다.


1. 기계식 (Mechanical): 순수한 아날로그의 정수

전기가 없는 환경에서도 장애 없이 사용하고 싶거나, 오직 손가락의 압력만으로 수동 타자기 본연의 기계적인 사용감을 지향한다면 수동 타자기를 추천한다. “철컥철컥” 타건 소리와 손끝으로 느끼는 타압과 ‘땡!’하고 울리는 마진벨 소리까지, 글을 쓰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감각적인 의식처럼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그 불편함마저 사랑할 수 있는 사용자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2. 전동식 (Electric): 아날로그 감성과 효율의 균형

기계식의 구조를 기반으로, 전기 모터의 힘을 빌려 활대에 있는 활자를 움직이는 방식이 있다. 덕분에 기계식보다 훨씬 가벼운 터치로 타이핑이 가능하며, 항상 균일하고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기계식 특유의 ‘타격감’은 어느 정도 살아있으면서도 손의 피로를 덜고 싶은 실용주의자에게는 절충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PC의 키보드와 비슷하게 적은 힘으로 편안한 타건을 원하는 취향이라면 전동타자기를 선택하면 된다. 전동식은 기계식 구조를 가진 것도 있고, 휠구조의 활자 또는 볼타자기 같은 기종도 있다. 특히 전동볼 타자기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높은 편이다. 전동식은 전기모터가 들어가기 때문에 타자기 자체의 무게만으로도 꽤나 무겁다. 전기도 과거 110V 전압일 때 나온 모델들이 많아서 변압기를 추가로 구비해야 220V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모터의 동력을 사용하는 것이라 전동타자기는 수리비도 기계식보다는 조금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3. 전자식 (Electronic): 워드프로세서의 서막

타자기의 마지막 진화 형태로, 전자타자기는 거의 모든 입출력 과정이 전자회로로 제어된다. 키감은 컴퓨터 키보드처럼 매우 가볍고, 작은 액정이 달려있어 한 줄 정도의 내용을 미리 보고 수정하거나, 단어 전체를 지우는 수정 기능도 갖추고 있다. 전자타자기는 카세트 형식의 카본 리본을 사용하거나, 리본이 없을 경우 감열지를 쓰면 인쇄가 가능하다. 어떤 기종은 프린트 되는 글씨가 도트로 출력되는데, 그 감성을 좋아하는 유저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콤팩트한 크기에 건전지를 사용하면 전기선 없이도 휴대성이 좋은 점은 장점이다.


체크리스트 5. 타자기의 크기(이동식/데스크톱)

차를 구매하기 전에 주차장이 필요하듯이 타자기를 구매하기 전에 당신은 타자기를 주로 어디에 두고 글을 쓰게 될지도 고민해 보면 좋겠다. 당신의 글쓰기 파트너가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는 타자기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크기에 따라 타자기는 스탠더드형과 포터블 2가지로 분류한다.

스탠더드 타자기은 주로 책상 위에 고정으로 거치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데스크톱이라고도 한다. 무게가 보통 15kg이 넘는 묵직한 무게로, 크기 또한 포터블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무거운 만큼 책상 위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감 있는 타건감을 제공하는 것은 가장 큰 매력포인트이자 장점이다. 둥글대가 최대 16인치나 18인치 정도로 큰 것도 있어서 A3 종이를 가로로 눕혀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장문의 타이핑이 가능한 것도 장점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나르개가 좌우로 움직일 공간까지 감안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무게가 무거우니 여성들이 혼자 타자기를 드는 것 자체도 부담이다. 그러니 여러 군데 자리를 옮겨 다닐 수 없으니 고정된 자리가 필요하다. Sperry Remington 100과 Olivetti Linea98이 스탠더드급 타자기 중에는 중고시장에서 매물로 자주 나타나는 기종이다. Linea98은 동아정공이 올리베티와 제휴로 마라톤 88-S로도 출시를 했기에 개체수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기종이다. 또 Underwood 198도 Linea98과 동일한 기종이다. 그 외에는 Facit 1720도 과거 학교나 공공기관 행정실에 사용한 기록이 자주 목격된다. 그 외에 아주 드물게 Facit 1740, Royal 470, Royal 120, Olympia Sg-1 같은 기종도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휴대용 타자기(포터블)는 보통 5kg~10kg 내외의 가벼운 무게와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케이스에 담아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이동성이 장점이다. 카페, 공원, 여행지 등 장소를 옮겨 다니며 자유롭게 글쓰기를 할 수 있다. 포터블은 크기와 무게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고 무게별로 크기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포터블 기종의 범주 안에서도 콤팩트, 소형, 중형급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국내산은 경우는 거의 반영이 되었으나, 해외산의 경우는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에 표 안에 모두 반영하여 담기는 어렵다. 필자가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타자기들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체크리스트 6. 제조사(국산/외산)와 브랜드

타자기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나라별 고유의 문화와 감성이 반영되어 있다. 특히 나라별 제조사마다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지향하는 디자인 감성에 따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브랜드의 역사는 곧 타자기의 정체성으로 대변된다.


국산 제조사는 공병우타자기주식회사와 이후 공박사의 아들이 설립한 유니온 타자기제작소,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아들인 최영해 대표가 운영하던 정음사, 동아정공, 경방크로바(경방기계공업사)가 있다. 직접 제조는 아니지만 수입 및 개조를 통한 보급사로는 김동훈의 김타자기보급소와 장봉선의 장타이프社도 있었다. 한국은 타자기 제작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여서 주로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 미국 등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하여 제작했고, 80년대를 넘어서 부품을 자체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기술적인 발전을 해 왔다. 하지만 정밀한 금형기술, 금속가공이 필요했던 세그먼트나 활자제작은 일본이나 독일에서 주로 제작해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내산 타자기 모두 한글기계화 역사 및 한국 기계공업 발전사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것들이다. 국내산 제조사는 동아 마라톤 아니면 경방 크로바가 가장 접근성이 좋으니 둘 중에 고르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해외 타자기 제조사는 너무나 많아서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고, 대중적으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제조사 중심으로 리서치를 해 보고, 그중에서 타자기를 골라서 사용해 보고 차자 자신과 잘 맞는 타자기를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해외 제조사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제조사를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미국에서는 레밍턴(Remington), 언더우드(Underwood), 로열(Royal), 스미스 코로나(Smith Corona)가 대표적이다.

레밍턴(Remington)사는 최초로 타자기를 상용화한 회사로 QWERTY 자판 표준화 및 견고한 표준 기계식 구조가 특징으로 디자인적으로도 실용성과 내구성을 강조한 편이다. 언더우드(Underwood)는 언더우드 No.5를 출시하여 타자를 칠 때 글자가 눈에 바로 보이는 전면 타격 방식(Frontstroke)과 4열 QWERTY 자판의 정착을 이끌었다. 또한 강력하고 묵직한 오피스 기계를 지향하며 20세기 타자기시장을 점령했다. 로열(Royal)은 사용자 경험(UX) 개선, 부드러운 타건감. 독창적인 기계 설계(Segment Shift)로 매직 마진 기술을 선 보였다. 스미스 코로나(Smith Corona)는 '휴대용 타자기'의 마스터. 폴딩 기술(Corona 3)로 간편한 이동과 정비성이 장점으로 실용성과 기능주의 디자인으로 학생, 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휴대성에 집중했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올림피아(Olympia), 아들러(Adler), 트라이엄프(Triumph), 이탈리아의 올리베티(Olivetti), 프랑스의 야피(Japy), 스위스의 헤르메스(Hermes), 스웨덴의 파시트(Facit)까지 7개 제조사를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올림피아(Olympia)는 압도적인 내구성과 묵직한 타건감. 기계 수명이 길고, 가장 고장이 적은 타자기로 평가받는다. 투박하지만 신뢰 가는 튼튼하고 각진 외형의 디자인 대표적이다.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분리가 되면서 하나의 회사가 분리되면서 서독에서는 올림피아로 동독에서는 상표권 문제로 옵티마(Optima)를 브랜드를 변경하여 타자기를 생산했지만 하나의 회사가 분리되어 기술력은 거의 동일했다.

아들러(Adler)는 독자적인 타입바 구조를 통해 고속 타이핑에 최적화한 것이 특징으로 키를 누르는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하여 피로도를 줄이고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독일군 상징이 연상되는 독수리 마크가 인상적이다.


트라이엄프(Triumph)는 19세기말부터 타자기를 생산해 온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견고함과 안정성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올림피아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내구성을 바탕으로 사무기기의 표준으로 인정받았으며, 특히 대형 캐리지를 장착한 사무용 모델에 신뢰도가 높았다고 한다. 디자인적으로도 올림피아처럼 투박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후 아들러를 합병하여 트라이엄프-아들러(Triumph-Adler)로 통합되었다.

올리베티(Olivetti)는 이탈리아 디자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타자기이다. 기계와 인간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인체공학적 설계와 휴대성에 집중했다. 이탈리아 모더니즘의 유선형 디자인 얇은 두께와 세련된 색상이 매력적이다.


프랑스의 야피(Japy)는 프랑스의 대표 제조사로 대중적이며 실용성이 강조된 타자기를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성능으로 공급했다. 프랑스의 경쾌한 미학. 둥근 외형과 부드러운 곡선미가 특징이다. 프랑스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 (POPULAIRE. 2013. 레지스 로인사드 감독)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타자기 산업의 경쟁구도를 야피를 통해 볼 수 있다. 스포일러 같지만 결국 주인공이 우승할 때는 트라이엄프 타자기를 사용한다.

스위스의 헤르메스(Hermes)는 시계의 정밀 기술을 가진 강점인지 부드럽고 정확하며 조용한 작동 메커니즘이 특징이다. 로열의 매직 마진 기능을 헤르메스는 더욱 발전시킨다. 디자인에서도 절제된 고급스러움과 차분한 색상이 적용되어 있으며, 특유의 민트색 키캡은 헤르메스의 상징과도 같다.

스웨덴의 파시트(Facit)는 스칸디나비아 북유럽 디자인 감성을 지닌 브랜드로 군더더기 없는 간결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재무 작업에 특화된 탭 및 제어 시스템이 특징이다.

여담으로 트라이엄프-아들러의 유럽권 타자기 산업 통합의 역학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70년대 중반까지 유럽시장에서는 트라이엄프-아들러(Triumph-Adler)가 올리베티를 제외한 주요 타자기 제조사를 합병한다. 먼저 헤르메스 타자기는 스위스의 파이야드(Paillard)社 소속의 브랜드다. 파이야드(Paillard)는 타자기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영사기 등의 정밀기계를 만들던 회사로,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타자기 사업을 확장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타자기회사였던 야피(Japy)는 1960년대 들어서며 경영난을 겪게 되고, 1970년대 중반 생산 시설 및 상표권을 다른 프랑스 기업(마텔/Matel그룹)에 매각하게 된다. 트라이엄프-아들러(Triumph-Adler) 그룹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유럽 최대의 사무기기 그룹으로 성장하며 프랑스 마텔그룹의 야피(Japy)와 스위스 파이야드의 헤르메스(Hermes)의 지분을 확보하며, 사업권을 인수하여 실질적인 통합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일본에는 브라더(Brother), 실버세이코(Silver-Seiko), 니포(Nippo), 나카지마(Nakajima) 등이 있다. 브라더(Brother)는 가장 일찍 타자기 산업에 진출하며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으로 북미, 유럽 등에서 보급형 휴대용 타자기 시장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친 제조사이다. 실버세이코(Silver-Seiko)는 시계를 만들던 정밀한 기술력으로 타자기뿐 아니라 재봉틀까지 제조하던 회사로 실버리드 브랜드로 기능과 내구성을 겸비한 타자기를 공급했다. 특히 우리나라에도 부품을 공급하거나 기술제휴 등의 영향을 많이 끼쳤다. 니포(Nippo)는 사무용 시계 및 전문 기기 제조사로 타자기 외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를 추구했다. 브라더보다 먼저 타자기 시장에 진출했으나, 나중에는 브라더에게 시장을 내어주며 쇄락하게 된다. 나카지마(Nakajima)는 전 세계 타자기 OEM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유럽/미국 브랜드의 타자기를 대신 제조하며 기술력 축적했다. 국내에서는 ‘ALL’ 이란 브랜드의 타자기를 가끔 볼 수 있다. 국내부터 미국, 유럽, 일본까지 제조사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제조사의 히스토리까지 이해한다면, 타자기를 선택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체크리스트 7. 컬러(도장마감)

이제 마지막 단계이다. 이번 단계까지 참고를 한다면 당신은 수많은 타자기 중에서 당신에게 가장 적합한 타자기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검은색과 회색만이 타자기의 전부가 아니다. 비비드 한 컬러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레드나, 옐로, 차분한 파스텔 톤의 민트, 핑크까지 당신의 감성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컬러의 타자기들이 있다.


타자기도 시대별로 도장기술이나 마감방식에 따라 색상이나 질감이 다양하게 발달해 왔으며 이런 부분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하나의 작은 요소로 작용해 왔다. 긴 말보다 필자가 권하고 싶은 점은 가능한 깔끔한 오리지널 컬러를 구하길 권한다. 그래야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커스텀 작업이 용이할 것이다. 해외에는 타자기 수리, 판매업자가 새롭게 도장을 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색상이라면 가장 이상적인 선택일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는 위 표를 참고하여 도장을 어떤 마감으로 했는지만 잘 살피면 될 것이다.





그런데 구매가격은?

이제 7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내가 어떤 타자기를 고를지, 이 글을 읽은 독자 마다 자기 나름의 판단기준이 생겼을 것이라 생각한다. 타자기의 가격도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지만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표준화할 수 있는 시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세마저도 사람마다 체감하는 것이 모두 다를 수 있고, 타자기 구매를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예산, 즉 구매력도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이 타자기는 이 정도 가격이 적정하다"는 기준을 제시하기가 참 어렵다. 동일한 기종의 타자기라도 보관상태나 작동 성능에 따라 모두 천차만별이라 가격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케바케’ 다. 매물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을 규정하기가 가장 어렵다.

필자가 추천하는 가격산정 요령은 구매하려는 특정 기종을 하나 정한 다음, 다양한 판매처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가격을 전수조사하고, 다음으로 판매가 되었던 타자기들을 가능한 많이 모니터링하며 가격 리서치를 직접 해 보길 권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가격에 대한 판단기준이 조금씩 생길 것이다. 정답은 없다. 내가 이 타자기를 가지기 위해 얼마를 지출할 수 있는가? 그것이 정답이다. 가격 리서치를 할 수 있는 주요 판매처는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신이 거주하는 지역)당근마켓, 코베이 옥션, 이베이나, 일본 야후 옥션, 기타 사무기기 판매상 등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럼 당신이 희망하는 좋은 타자기 파트너를 만나기를 필자도 같이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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