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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 초보를 위한 안내서 2

1969년 정부표준 통일자판 네 벌식 익히기

by 레뜨로핏 Rettrofit


우리가 현재 컴퓨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글표준자판은 1983년 4월에 제정된 KS C 5716을 기반으로 1991년 12월에 개정된 KS X 5002 자판이다. 그리고 타자기의 경우는 1969년 표준으로 제정된 네 벌식 표준자판이 1983년 8월 26일 국무총리 훈령 제 21호로에 폐지되고, 새로운 표준으로 두 벌식 자판이 제정이 되었다.


1969년 표준자판으로 제정된 네 벌식 자판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우리가 지금 컴퓨터에서 가장 대중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자판은 두 벌식이지만, 타자기를 취미로 다루는 사람들 중에서는 여전히 네 벌식을 다루는 사람이 많다. 네 벌식과 두 벌식 중에 사용자가 어느 쪽이 많은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번 챕터에서는 타자기 자판 변천 역사의 맥락에 따라서 네 벌식을 먼저 익히고, 다음 챕터에서 두 벌식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럼 자판 배열을 익히기 전에.



자판 배열의 단위 '벌'(式, -Set) 이란?

'벌'은 한글 자모를 입력할 때 사용하는 키의 집합(Set) 또는 묶음 단위를 뜻한다.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이라는 복잡한 조합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동식 타자기에서는 한글 자모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글꼴과 자판의 종류가 나뉘게 된다. 한글타자기는 두 벌식에서 다섯 벌식까지 자판이 존재한다. 단일 언어에서 이렇게 자판의 종류가 많은 것은, 한글이 유일할 것이다. 이는 수동타자기의 기계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글자를 입력하기 위해 고심했던 흔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글 자판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 더 세부적으로 한글 기계화과정이 궁금하다면, 필자의 브런치북『아무튼, 타자기』 한글기계화 톺아보기 1~4편을 참고하길 바란다.



네 벌식 자판(Four-Set Keyboard) 익히기

한국전쟁 이 후 표준 한글자판을 제정하기 위한 한글 기계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결국 군사정권 하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공포로 1969년 한글 네 벌식이 대한민국의 첫 표준 자판이 되어, 1983년 두 벌식 자판이 표준으로 제정 될 때까지 사용되었다. 1983년 네 벌식은 표준에서 폐지되었지만, 타자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네 벌식 자판은 초성 자음 1벌 + 받침이 있는 중성 모음 1벌 + 받침이 없는 중성 모음 1벌 + 종성 받침 1벌로 구성된다. 과거에는 네 벌식의 글꼴이 애매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초성자음에서 옆초성과 윗초성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같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예를 '강'을 쓸 때 옆초성'ㄱ'과 '곰'을 쓸 때 윗초성'ㄱ'을 하나의 활자로 같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성으로 사용하는 활자의 모양을 최대한 애매하게 절충형하여 만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입력방법이 복잡하긴 하지만, 초성자음을 옆초성과 윗초성으로 분리한 김동훈식 타자기나 공병우 체재타자기(엄밀히 따지면 네벌 반 식이다), 장봉선식 타자기는 다섯 벌식으로 글꼴이 모두 예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글 네 벌식 타자기 자판 배열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자판의 키캡에 표기가 된 것 처럼 타자기는 키 하나 당 2개의 활자가 배당되어 있다. 타자기에 따라 3개의 활자가 배당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타자기는 키 하나당 활자 2개이다. 타자기 활자의 모습을 보자.


한글 타자기의 2단 활자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활자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활자대에 붙어 있는 활자는 2개. 아래를 1단, 위를 2단이라고 부르겠다. 마찬가지로 키캡에도 아래, 위로 2개의 글자가 표기되어 있을 것이다. 1단에 있는 활자는 그냥 키를 누르면 바로 글자를 찍을 수 있다. 2단에 있는 활자는 키보드 양쪽에 있는 '쉬프트 키'를 누른채로 키를 누르면 세그먼트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2단에 있는 활자가 찍히게 된다.


활자가 1단으로 찍히는 모습(좌측), 쉬프트 키를 누르고 활자 2단이 찍히는 모습(오른쪽) 비교.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부동(不動)키Key 란?

가끔 초보 입문자들이 네 벌식 타자기를 처음 사용하다보면 키를 눌렀는데, 나르개가 한 칸씩 이동이 되어야 하는데, 고장인 것 같다며 당황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동키를 누른 것이다. 네 벌식을 다룰 때, 이해해야 할 것 중에는 부동키 메커니즘이 있다. 타자기는 본디 영어 알파벳 입력을 위해 개발된 기계이다. 영문 입력방법은 단순하다. 대문자와 소문자는 활자를 2단으로 하여 쉬프트 키만 누르면 해결이 된다. 그래서 타자기에 알파벳 글자 하나는 하나의 키Key로 할당되어, 한 번의 타건으로 한 칸씩 전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때문에 초성, 중성, 종성이 모여 하나의 음절을 이루는 한글을 기계식 타자기에서 입력하기란 대단한 난제였다. 키 하나를 누를 때마다 한 칸씩 이동해 버리는 데 어떻게 글자를 만들 것인가?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온 것이 바로 부동(不動)키이다.


부동키 배열과 응용예시 순서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위 그림에서처럼 받침이 있는 중성 모음은 모두 부동키이다. 부동키를 사용하므로써 초,중,종성이 들어가는 글자 하나를 찍는데, 3칸이 아닌 2칸만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부동키가 들어가는 입력순서를 예를 들어서 '글' 을 입력한다면, ①초성자음 'ㄱ' (한 칸이동) + ②받침있는 중성모음 'ㅡ'(부동키) + ③종성 자음 'ㄹ' (한 간이동)을 입력하면 된다.



부동키의 메커니즘까지 이해를 했다면, 이제 네 벌식 타자기에서 한글을 입력하는 일은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 볼 수 있다. 남은 것은 반복적인 연습과 필사를 통해 자판을 손가락에 익히는 과정만 남았다.



기준 글쇠 익히기

기준 글쇄의 연습은 어렵지 않다. 초등학생도 신나게 할 수 있을 만큼 쉽다. 아래의 그림을 참고해서 2단과 3단에 있는 초성 자음을 모두 활용해서 기준 글쇠를 연습해 보자.

한글 네벌식 기준 글쇠 익히기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쌍자음과 복모음 익히기

간단하게 연습할 수 있는 예시만 정리해 두었으니 아래의 예시를 참고해서 여러 조합의 단어를 타이핑하며 연습해 보길 권한다. 두 벌식에서 초성에 들어사는 쌍자음은 직접 만들어서 쳐야하는데, 네 벌식에서 활자 자체가 있어서 입력이 편리하다. 복모음은 부동키인 받침있는 중성 모음키를 활용해서 만든다.

쌍자음과 복모음 익히기 예시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쌍자음(된소리) 받침과 겹받침 익히기

쌍자음 받침 ㅆ, ㄲ, 중에서 ㅆ 은 자판에 있으나, ‘ㄲ’은 만들어 쳐야 한다. 그리고 겹받침 ‘ㄳ’, ‘ㄵ’, ‘ㄺ’, ‘ㄻ’, ‘ㄼ’, ‘ㄾ’, ‘ㅄ’, ‘ㄶ’ 중에서 자판에 있는‘ㅄ’ ,‘ㄶ’외에 ‘ㄳ’, ‘ㄵ’, ‘ㄺ’, ‘ㄻ’, ‘ㄼ’, ‘ㄾ’ 는 만들어 쳐야 한다.

방법은 아래의 예시를 참고하여 연습하기 바란다.


쌍자음받침과 겹받침 입력 방법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여기까지 연습하여 익혔다면 이제 당신은 한글 네 벌식 타자기에서 한글 입력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즐겁게 필사를 즐기면 손에 익혀가면 될 것이다. 다음 챕터에서는 두 벌식 입력 방법을 알아보겠다.






< 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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