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 정부표준 한글 두 벌식 타자기 익히기
지난 9화에 이어서 이번에는 두 벌식 한글타자기 자판 익히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간략하게 두 벌식 자판의 탄생 배경부터 살펴보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1969년 7월 28일. 정부는 국무총리 훈령 제81호로 네 벌식 자판을 한글타자기 표준으로 제정하여 공포하였다. 또한 상업계 고등학교에서는 '타자'를 정식 교과목으로 교육하기 시작하였다. 이어 1970년에는 문교부에서 '타자능력검정시험규칙'까지 공포하는 등 정부는 네 벌식 자판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네 벌 식을 표준자판으로 공포했지만, 졸속 제정이란 비판과 함께 민간에서는 공병우박사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정부표준을 준용한 네 벌식 타자기의 공급도 늦었다. 한글 네 벌식 타자기를 개발하여 출시하기까지는 약 9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경방기계공업은 "크로바 302" 타자기를 1978년이 되어서야 출시했고, (주)동아정공은 그로부터 4년 후인 1981년에 "마라톤 379 타자기"를 출시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타자기 시장은 정부 표준이 있었지만, 진정한 한글 표준 자판의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세벌식을 비롯해 네 벌식, 다섯 벌식 등 여러 자판이 난립하는 '춘추전국시대'나 마찬가지였다.
1983년 8월 26일 정부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네 벌식 표준 자판을 폐기하고, 국무총리 훈령 제21호로 두 벌 식을 표준자판으로 공포한다. 이는 정부가 전자 타자기와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과 확산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컴퓨터에서는 두벌식으로 한글을 입력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이때 발표된 표준 타자기 자판은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컴퓨터 표준자판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타자기에서는 문제가 달랐다. 표면적으로 자판은 모음과 자음을 각각 한 벌씩 배치한 두 벌 식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네 벌 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입력방식을 보면 받침은 초성 자음의 윗글쇠에, 짧은 모음은 긴 모음의 윗글쇠에 배당되어 있어 시프트 키(shift key)의 사용이 빈번했다. 받침이 있는 음절 글자를 칠 때는 모음을 치기 전에 시프트를 누르고, 짧은 모음과 받침이 찍히고 나면 시프트가 해제되어 다시 초성 자음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받침이 들어가는 글자를 찍을 때마다 시프트를 계속 눌러야 하므로 타자하기도 어려웠고, 손목에 많은 무리가 갔다. 자동 시프트 락과 풀림 장치를 위한 부품이 추가되어 구조도 복잡해졌다.
네 벌식 타자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뿐더러 더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새 표준 자판으로 제정한 두 벌 식은 역설적으로 기계식 타자기 시장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더구나 80년대 초부터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기존 타자기 사용자들은 불편한 기계식 타자기를 버리고, 전자 타자기나 워드 프로세서, 컴퓨터 등 전자 회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비로 이동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두 벌 식 자판의 타자기는 문서 생산의 효율화가 강조되던 시기, 사무행정의 방향이 컴퓨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으로 탄생한 비운의 타자기라고 할 수 있다. 비과학적이라는 네 벌식 자판보다 더 비과학적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두 벌식 타자기였지만, 한글 기계화 역사 속에 아픈 역사도 이제와서는 현재의 한글 자판을 있게 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도 타자기를 처음 입문할 때 두 벌식 한글 타자기로 시작하였으나, 받침 입력 시 잦은 시프트 사용의 부담으로 네 벌 식으로 전향한 케이스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두 벌식 타자기가 더 익숙하고 숙련된 사용자들도 많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더 편하고 잘 맞는 자판 배열이 있는 것이다.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컴퓨터에서는 두 벌 식이 표준자판으로 굳어져 있고, 우리는 이미 그렇게 적응되어 있다. 그러니 한글기계화 과정의 자판 효율 논쟁을 떠나서 지금 우리가 타자기를 즐기는 이유와 목적에만 집중하면 될 것이다.
받침이 없는 글자의 입력은 아주 간단하다. 초성 자음을 치고, 그대로 받침이 없는 중성 모음을 치면 끝이다. 예를 들어 '아'를 친다고 하면 초성 'ㅇ' + 모음 'ㅏ'를 치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동일한 방법으로 1단부터 3단까지 있는 초성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타이핑 연습을 해 보기 바란다. 두 벌식이 사용이 편하고 접근성이 좋게 느껴지는 것도 이렇게 받침이 없는 글자의 타이핑이 쉬워서 일 것이다.
이제부터 조금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받침을 넣어서 글자를 쳐야 한다. 처음 사용자들이 항상 헷갈리는 지점이 바로 받침키(Shift key)를 언제 눌러야 하는가?이다. 받침키는 초성 자음을 누른 뒤 받침이 들어가는 글자라면 바로 눌러야 한다. 받침키를 누르면 누르자마자 바로 락이 걸리며 고정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종성인 받침키를 입력한 뒤에 받침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예를 들어 '강'을 친다고 하면 초성 자음'ㄱ'을 누르고 + 받침키 + 모음 'ㅏ' + 종성인 자음 'ㅇ'을 누르면 '강'이 찍히면서 받침키가 다시 올라올 것이다. 입력 방식을 알았다면 이제부터 응용하여 받침이 들어가는 다양한 글자를 조합해서 연습해 보자.
네 벌 식에는 쌍자음 초성이 기본적으로 있어서 편하게 입력할 수 있는데, 두 벌 식의 경우는 직접 입력을 해야 한다. 쌍자음이 들어가는 초성 ㅂ, ㄱ, ㄷ, ㅅ, ㅈ 의 경우는 먼저 스페이바(사이 띄기)를 누른 채로 초성을 누르고 스페이스바를 놓고 다시 초성을 입력하면 된다. 예를 들어 '빵'을 입력하려면 스페이바(누르고) + 'ㅂ' + 스페이바(놓고) + 'ㅂ' + 받침키 + 모음 'ㅏ' + 종성 자음 'ㅇ'을 누르면 '빵'이 된다. 응용해서 쌍자음이 들어가는 여러 글자를 조합해서 연습해 보자.
종성 받침으로 쌍자음이나 겹자음이 들어가는 글자의 경우, 자판에 있는 ㄲ, ㄻ, ㄺ, ㄶ, ㅆ, ㅄ 을 제외한 나머지 겹자음 받침인 ㄳ, ㄵ, ㄿ, ㄾ, ㄼ 은 만들어 쳐야 한다. 예를 들어 '앉'을 입력하려면, 초성 'ㅇ' + 받침키 + 모음 'ㅏ' + ' ㄴ' + 백스페이스 + 받침키+ 스페이스바(누른 채) + 'ㅈ' = '앉' 타자기에서 직접 쳐 보면 간단한 과정이지만 글로 설명하려니 꽤 길어져서 어려워 보이지만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설명한 방법을 응용해서 다른 겹자음 받침 단어를 연습해 보자.
복모음 ‘ㅘ’, ‘ㅙ’, ‘ㅢ’, ‘ㅝ’, ‘ㅞ’, 와 중모음 ‘ㅚ’, ‘ㅟ’의 입력은 받침이 있을 때와 없을 때로 구분하여 설명하겠다. 먼저 받침이 없는 경우는 간단하다. 두 벌 식의 경우는 복모음과 중모음을 편리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ㅜ', 'ㅗ' 키가 별도 있다. 이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예를 들어 '왜'를 입력하려면, 초성자음 'ㅇ' + 'ㅗ' + 'ㅐ'를 입력하면 '왜'가 된다. 받침이 들어가는 '왠'을 입력하려면, 초성자음 'ㅇ' + 받침키 + 'ㅗ' + 'ㅐ'+ 'ㄴ'을 입력하면 '왠'이 된다.
'옛'이라는 글자를 입력할 경우에는 초성자음 'ㅇ' + 'ㅖ' + 백스페이스+ 받침키 + 'ㅅ' = '옛'이 된다.
참고로 콤마(.)와 물음표(?)가 있는 키는 부동키이므로 스페이바를 눌러서 받침키를 풀어주어야 한다.
여기까지만 잘 숙지하고 연습한다면 두 벌 식으로 쓰지 못할 문장은 없을 것이다. 빠르게 입력하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처음에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정확한 운지로 오타 없이 타이핑이 가능하도록 천천히 익혀가다 보면 속도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연재 약속은 월요일에 올라가야 하는 글인데, 사정 상 발행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이번 연재는 1번만 더 올리면 마치게 마칠 예정입니다. 끝까지 힘내서 연재 잘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1. 우리 역사넷. 한국문화사. 4권 근현대 과학 기술과 삶의 변화 > 제3장 한국인이 배우고 개발한 과학 기술 > 3. 한글의 기계화 (필자. 김태호)
참고자료 2. 동아정공 마라톤 "타자기초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