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때 나는 세세한 일정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머물 도시 정도는 정한 후, 이동 편과 숙박은 출발 전 예약을 하고 떠나는 편이다. 더욱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숙박만큼은 정하고 움직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이라 Airbnb가 더 나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호텔이 비싸지 않았고 한국과 다르게 4인이 묵을 수 있는 방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호텔을 선택했다. 호텔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신용카드를 도용당해, 엉뚱한 쇼핑몰에서 물건이 구입되기도 했다. 카드사에 해외구매 이용 조정 신청을 하고, 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다. 어느 무던한 아침, 호주의 어느 호텔에서 $1,500 결재가 된 문자를 받았다. 금액이 생각보다 세다. 그런데 내가 예약한 호텔은 아니다. 또 도용당했구나. 나는 이전과 같이 이용 조정 신청을 하고 다시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다. 보안이 참 취약하구나.
그.런.데. 호텔 예약 메일을 확인하다가 골드코스트의 예약 호텔에서 입실 한 달 전에 비용 선결제가 이루어진다는 메일을 보았다. 뭔가 이상하다, 자세히 읽어보니 선결재는 예약한 호텔명이 아닌 다른 회사(호텔의 모회사)로 결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어느 무던한 날 아침, 카드 도용이라고 의심했던 그 결재는 내가 묵을 호텔의 비용 결제였던 것이다.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신용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이용 조정 신청에 대해 취소를 요청했고, 카드사는 본인 확인, 재취소 불가능, 결재 서비스 건에 대해서는 카드사는 관련이 없으며 해당 업체 예약이 진행되었는지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유의사항에 대한 확답을 받은 후 취소를 진행해 주었다. 나는 호텔에 메일을 보내 예약 확인을 받은 후 안심하고 호주 여행길에 올랐다.
골드코스트 도착 일주일 전, 브리즈번의 오후를 즐기고 있을 때 예약 사이트에서 해당 카드 승인이 취소되어 본 예약을 유지할 수 없으며, 예약 유지를 원할 경우 호텔 비용 $1,500를 결재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나는 이미 돈을 지불하여 다음 달 카드 값으로 나갈 예정인데, 또 이중 결재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짧은 영어로 처음 접하는 법적 용어를 써가며 나는 호텔과 통화를 했고 카드 승인 내역 영문본을 메일로 보내면서 예약 확정 되었다는 통화를 마쳤다.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호주 내 국내 통화가 더 쌀 거라고 여겨 호텔 전화를 사용했는데, 1분 통화하고 $5를 결재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거쳐 다시 호주로 걸리는 국제통화료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었다. 호텔은 호텔이구나. 호주의 호텔비가 보다 저렴해서 간과하고 있었는데, 호텔 서비스는 역시 비싸다.
고비를 넘겼다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호텔에서 메일이 왔다. 내가 해외 조정 이의 제기를 신청했기 때문에 해당 금융권은 호텔 측에 돈을 줄 수 없다고 했고, 호텔은 비용을 지불받지 못했기 때문에 예약을 취소될 예정이니, 취소를 원하지 않을 경우 결재를 진행하라는 내용이었다. 뭐지? 내가 통화한 사람은 예약 유지 가능하다고 했는데. 나는 다시 한번 이의 제기 취소를 했다고 호텔 측에 보냈고, 호텔 측은 해당 금융사로부터 어떤 내용도 업데이트받지 못했다 했다. 결국 나는 한국 카드사에 이의 제기 취소에 관한 문서를 요청했고, 해당 담당자는 없는 양식에 최선을 다해서 영어로 공문처럼 문서를 만들어 보내줬다. 하지만 결국 골드코스트 호텔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우리의 호텔이 취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급한 마음에 곧바로 호텔에 전화를 했지만 호텔 직원은 취소된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지금 오면 방은 있다고 했다. 이제 무슨 일인가. 호텔로 가는 내내 내 머릿속은 백만 가지 생각과 자책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바빴다.
그래, 인생을 비싼 돈 주고 배웠다 하자. 150만 원? 여행을 더 재밌게 한 걸로 셈 치치 뭐, 비싼 호텔에 묵은 거지 뭐. 인생 길게 생각하면 별거 아냐. 괜찮아, 다시 돌려받지 못한다 해도 그 정도는 내가 살아가는 문제갈 되는 돈은 아냐. 여기서 내가 스트레스받는다고 그 돈이 다시 생기지 않아. 오히려 행복으로 가득 차야 할 이 시간이, 가족들과의 소중한 여행만 망쳐. 잊자. 괜찮아 이것도 경험이야.
속상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택시 안에서 나는 주문을 걸고 또 걸었다. 사실 괜찮지 않았다. 그래서 그 사실을 잊지 위해 계속 생각했다. 머릿속을 비우면 자꾸 자책감이 밀려들어왔다.
문제의 그 호텔에 도착하여 우리는 통화했던 그 직원과 'small talk'처럼 '나의 중대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같은 조건으로 예약을 다시 해달라고 했고, 직원은 5% 할인받아 $1100라고 안내해 주었다. 뭐지? 한국에서 예약한 것보다 더 싸네. 결재가 진행되는 동안 취소된 예약건에 대한 돈을 환불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이야기 했고 직원은 본사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우리가 입실한 시간은 23일 금요일 저녁이었고, 다음 주 월요일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boxing day, 화요일은 호주의 공휴일이라며 수요일에 연락해 보라고 했다. 수요일은 우리가 골드코스트를 떠나 다시 브리즈번에 있을 시간이었다. 참 기막힌 타이밍이다.
한국에서 진행한 이의 취소 신청이 20일이 지났는데도 호텔 측에 전달이 안된 것을 보면 정말 행정업무가 느린 것 같다. 결론적으로 호주를 떠나기 전 나는 호텔에서는 환불 진행해 주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어이없게도 금전적으로 나는 이득을 본 셈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것보다 싸게 머물렀으니 말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이것도 경험이다.
그런데 이민을 가서 산다면, 이런 법적인 문제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용어도 용어지만, 한국처럼 빠릿빠릿하게 대응해 주는 문화가 아니기에 답답함이 먼저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는 여유의 시간 문화이니 이것도 적응해야 하는 것이겠지. 무엇이 나은가는 알 수가 없다.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코멘터리,
결재한 금액은 $1,577.16 , 환불받은 금액은 $1,560.
결재한 금액과 환불 금액이 왜 다르냐고 문의를 했더니 호텔 측은 아래와 같이 답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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