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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근질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은 대화 상대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by 임하나


좋은 대화 상대라고 느꼈던 이들에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잘 들어줬다. 그 태도 앞에서 어떤 말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털어놓든 속으로 삼키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강력한 안전감을 제공했다.


임신·출산·육아의 여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 자연분만해야지.

- 의료진은 제왕절개한다던데.

- 모유는 좀 나오더냐.

- 아기 춥겠다.

- 어린이집은 최대한 늦게 보내야지.

- 언제까지 끼고 살 거야?


사람들은 각자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을 꼭 움켜쥐고 몰려들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편할까.


나를 위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나를 위한 말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감정이나 상황에는 관심 없이 자신의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묻어 있었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구에게나 할 것 같은 이야기. 일방통행하는 대화에서 마치 기성품이 된 것 같았다.



좋은 대화 상대는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나눴다. 내가 필요로 할 때 막막한 순간에 빛처럼 와닿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나눈다. 그 경험이 빛을 발하려면 듣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등장해야 한다. 요청하지 않은 조언과 뜬금없는 경험은 아무리 선한 마음이 깔려 있더라도 상대를 지치게 만들 수 있다.



여기까지가 좋은 대화 상대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충분히 들어주고, 적절한 때에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표현은 단순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아는 일을, 경험한 일을 듣다 보면 입이 근질거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듣기를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대화는 잘 만든 요리와도 같다. 식재료부터 조미 방법, 조리 시간, 담는 그릇까지 어우러져야 하듯, 말도 타이밍과 마음과 표현 방법 등 몇 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런 대화를 하고 싶어서 오늘도 연습한다. 말을 듣다가 무언가 떠올라도 입을 열지 않고, 끊고 싶은 욕구를 삼킨다.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겠지.' 마음을 앞세운다.



문득 생각이 스친다. 매력적인 대화 상대가 되려면 옳은 말이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려면 일단 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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