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판 연골 봉합 수술
저는 대구의 대학병원에서 7년 동안 물리치료사와 재활의학과 연구원으로 근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13년째 대학교에서 물리치료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갑자기 옛날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이런 저에게 주변분들은 건강, 의료 중 재활 분야에 대해 자주 물어보지만, 가족 특히 부모님들은 저에게 "내가 TV에서 봤는데 이런 운동이 허리에 좋다더라" 또는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더라"라고 역으로 정보를 주신답니다. 장모님도 그중 한 분이십니다.
여수가 처가인 저는 아이들과 바다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기 위해 처갓집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준비하시는 장모님의 걸음걸이에 비대칭이 보였습니다. 직업병으로 저는 사람을 볼 때 보행분석이나 자세분석을 하는 습관이 있답니다. 결혼 초기 장모님은 젊은 시절부터 골반이 아프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의료적으로 장모님은 엉치뼈(sacrum)가 틀어진 상태로 천장관절(SI Joint)에 비정상적인 정렬을 가지고 계십니다. 조금만 무리하게 되면 천장관절에 염증이 발생되고 흔히 어른들의 표현으로 엉치가 빠질 것 같이 아프다고 말씀하신답니다. 물론 결혼 15년 차인 저는 수시로 골반 재활을 시켜드려 나름 완치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골반 교정과 허리 강화를 위한 코어 근육의 수축법을 마스터하셨거든요. 그 후 김장과 같이 쪼그려 앉은 상태의 고강도 노동을 하지 않는 이상 보행에 비대칭이 나타나는 모습은 사라졌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나타난 비대칭에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장모님께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달 전이었습니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후 골반, 허리, 허벅지, 무릎 뒤쪽 부분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2주의 시간이 지나면서 부딪힌 골반은 괜찮아졌지만 허리와 다리 뒤쪽 부분의 통증과 이상감각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저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지만 주변분들에게 수소문하여 허리를 잘 보는 병원을 추천받고 방문하여 MRI도 찍고, 허리에 주사도 맞으셨다고 합니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6주 정도 전이였습니다. 장모님이 기억하시는 진단명은 디스크 (탈출증) 4~5번에 문제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주사 맞고는 괜찮아졌는데 1주 정도 지난 후 다시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통증이 발생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주변분들에게 추천받고 다른 병원으로 MRI사진을 들고 방문하여 또 다른 주사를 맞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넘어지신 지 6주 정도 지난 후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주 정도 전이었습니다.
환자분들이 자주 이런 행동을 하시는데 정말 비추천입니다. 주사를 맞고 1주일 정도는 강력한 진통효과로 통증이 사라지지만 다시 약하지만 통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원칙적으로 주사 요법 후 물리치료(재활 운동)를 병행하여 근력 강화, 자세 교육, 정렬 교정 등을 통해 원인을 해결해야 하지만 주사만 맞고 강력한 진통효과에 병이 다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 통증이 다시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증가되면 또 다른 병원을 방문하여 더 강한 주사를 요구하고는 한답니다. 일상적이지 않은 교통사고, 무리한 동작 등으로 손상이 발생했다면 주사 요법으로 염증의 불을 끄고 통증을 줄여주면서 회복할 수 있지만, 자세불량 또는 생활 습관, 퇴행, 노화 등의 문제는 주사 요법만으로 원인이 제거되었다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보통 스테로이드 주사, 신경근 차단술 등등의 효과가 1주일보다는 길어야 하는데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통증의 양상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사 요법은 허리 그 부위의 통증도 감소되지만 신경을 따라 퍼지는 방사통 감소에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장모님은 허리는 이제 조금 불편한 느낌 정도인데 다리 뒤쪽으로 퍼지는 방사통이 차도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좋지 않았던 천장관절에 대해서 패트릭 검사 (Patrick test)를 시행하였는데 음성 즉 정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디스크 탈출증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하지직거상 검사를(SLR test) 시행하였습니다. 역시 정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주사요법을 시행한 직후의 환자들은 신체적으로 시행하는 여러 가지 검사들이(스페셜 테스트) 모두 신뢰도와 타당도가 사라져 버리게 된답니다. 이럴 때는 영상진단 사진을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사진을 병원에서 받아서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허리뼈 2,3,4,5번 모두 약간의 돌출 (protrusion), 팽윤 (Bulging)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진들과 같이 판단했을 때 허리뼈 3번/4번의 오른쪽 foraminal HNP(디스크 탈출증), 허리뼈 5번/엉치뼈 1번 왼쪽 foraminal stenosis(협착)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정도 디스크 탈출증은 그렇게 심한 편도 아니고 적절한 주사요법을 시행했는데 보행에 영향을 줄 정도의 방사통이 발생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디스크 탈출증이 허리에 있는 환자들은 코어 근육 사용법을 잘 모릅니다. 코어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되면 코어 수축 중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방사통도 많이 감소됩니다. 그런데 장모님은 코어 수축을 잘하시고 코어 수축 중에도 다리 뒤쪽의 방사통과 이상감각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허리 마사지로 충분히 이완시켜 드리고 코어 자극을 시행했습니다. 운동을 하시면서 통증이 줄어들었다고 립서비스를 해주시더군요. 누워서 시행한 여러 가지 치료에 대해 반응이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립서비스라고 생각한 이유는 걸을 때 비대칭 보행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곰곰이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낙상으로 생긴 디스크 탈출증으로 발생한 허리 통증과 방사통이라면 복압의 증가 또는 신경이 눌리는 자세에 더 강한 영향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에는 반응이 없지만 체중지지 상태가 되면 통증이 발생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의료진은 정답을 찾아가는 사람이지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의학의 최고의 목표는 건강한 삶, 병마와 맞서 싸워 생명 연장이지만 모든 사람은 사망합니다. 즉 의료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가설 중심의 사고를 추구해야 합니다. 환자가 말하는 주관적 정보에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정 부위에 대한 영상진단도 맹신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모든 것을 덜어내고 다시 생각해 보니 방사통이 아니라 무릎 뒤쪽 통증이 주된 호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저는 무릎 뒤쪽의 통증에 대해 브런치 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링크를 첨부합니다. "무릎 뒤쪽 (오금) 통증 운동법 (brunch.co.kr)"
그때 내용을 다시 가져와보면 무릎 뒤쪽 통증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근육의 손상 (넙다리뒤 근, 장딴지근, 오금근 / hamstrings, gastrocnemius, popliteus muscle)
2. 신경 손상
3. 인대 손상 (후방 십자 인대)
4. 반달 연골 손상 (meniscus)
5. 골절
6. 베이커 낭종 (Baker`s cysts or knee cysts)
다시 치료 계획을 수정하였습니다. 우선 근육의 손상과 인대 손상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스트레칭을 실시하였습니다. 역시 조금 편해졌다고는 하시지만 비대칭 보행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반달 연골 손상이었습니다. 골절과 낭종은 통증과 시진 결과 해당 사항이 없었습니다. 반달 연골 손상 (Meniscus tear)은 물리치료사의 영역을 벗어나는 질병입니다. 지금 당장은 통증의 차이가 없겠지만 내버려 두면 반달 연골 손상은 계속 더 찢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무릎 관련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유하고 저는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무릎 MRI촬영 결과 반달 연골의 내측 부분이 50% 정도 찢어진 것을 발견하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증상의 원인을 찾았으니까요.
서두가 길었죠 ^^.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반달 연골 봉합 수술 이후 운동 계획에 대해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