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서 빵 샀어’ 현상의 허상: 성격유형 추론에 대한 비판적 분석
우울해서 빵 샀어’ 현상의 허상: 성격유형 추론에 대한 비판적 분석"
"나 우울해서 빵 샀어"는 최근 인터넷에서 성격 타입 확인의 지표로 쓰이는 마법의 문장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크게 화자 되고 있고, 이제는 단지 인터넷 밈을 넘어 Pseudo dogmatic Science 로 까지 여겨지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인지라 이 장을 빌어 한번 논의해 보려한다.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MBTI, 즉 마이어 브릭스의 personality 타입 지표에 대한 타당성, 유효함 관련 논의는 이 글에서는 제외하도록 하자. 이미 다양한 소스를 통해서 MBTI 의 유효성에 많은 의문이 재기되고 있지만, 해당 논의는 배제하고 대신 이 글에서는 해당 문장을 통한 피질문자의 personality 타입 유추 방식이 왜 근거 없는 과학적 주장인지, 그리고 근거 없는 유추인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설명해 볼 것이다.
우선 온라인상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는 MBTI 의 T/F 성격 추론 방식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나 우울해서 빵 샀어"라는 질문자의 상태 표현에 대한 답변으로, 피질문자가 [빵을 삼]에 관해 물었을 때 T 타입으로 유추되며, [우울함]에 관해 물을 경우 F 타입으로 유추된다고 널리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T-type : 무슨 빵? 혹시 크림빵도 있어?
F-type : 헉, 무슨일이야? 너 괜찮아?
즉, 전자 T 타입은 객관적 사실과 합리성, 후자 F 타입은 타인의 감정과 가치관을 고려한 배려와 공감, 의 타입으로 나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울함과 빵을 사는 행동 사이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 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성격유형을 추론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점이다.
1) 바로 situation, 즉, 어떠한 상황으로써 질문자와 피질문자의 관계가 성립되어 있는지, 두 사람이 공유한 히스토리, 두 사람이 현재 마주한 상태 등이 바로 이 situation 에 포함되며, 두 사람이 서로 지금의 대화 상황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의미한 작용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Index A) 만약 피질문자가 질문자에게 기대하는 대화 주제가 있고, 그 대화 주제가 매우 긴박하다고 믿고 있는 상황이라면, 질문자의 "나 우울해서 빵 샀어"라는 대화 주제는 다소 "엉뚱한" 언사로써 피질문자로 하여금 대화의 맥을 이어가거나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Index B)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온 부하직원에게 미팅 성과를 듣고자 하는 보스의 상황을 상상해 본다면, "부장님 저 우울해서 빵 샀습니다."라는 상황에서 "우울함"은 미팅의 실패를 내포하고 있다고 이해될 것이고, 보스는 부하직원의 정신적 우울함 보다는 오히려 비즈니스 미팅 결과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부하직원의 우울함을 미팅 결과와 연관 지어 미팅 결과를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취지로 "왜 우울해?"라고 물어볼 것이다. 그러므로 이때 부하직원의 정신적 우울함이 궁금한 이유는 보스의 F 즉, 공감의 영역이라기 보단, T 즉, 합리적인 유추를 위한 물음일 것이다.
Index C) "우울해서 빵 샀어"라는 문구를 잘 살펴보면, [우울함]으로 인해 [빵을 삼]이라는 인과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 피질문자는 해당 언사에 대한 대답이나 제스처를 표현하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우울함]과 [빵을 삼] 사이에 어떤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고 이미 보편적으로 general 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specific 하게 특히, 질문자에게 [빵을 삼]이 [우울함]에 어떤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이미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이해도를 통해서 피질문자는 비로소 '빵"과 '우울함'이라는 두 개의 material (물질적)과 non-material (비물질적) 요소 중에 어느 부분에 더 비중을 둔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적절한지에 대한 결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비슷한 유형의 인과성에 의문이 있는 문구를 한번 예로 들어 살펴보자.
예시 1) "나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어." => general 하고 specific 하게 배가 아프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장실에 간다.
그런데, 만약 질문자가 "나 화장실에 가서 배가 아팠어"라고 한다면, 인과성으로 볼 때, 이는 원인과 그에 귀속된 결과로 보이지 않는 특수한 상태로 인지된다. 이는 마치 "나 담배를 많이 펴서 폐암에 걸렸어"라는 원인과 그에 귀속된 결과와 마찬가지로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는 것이 통상적인 원인과 결과일 것인데, 반대로 "나 폐암에 걸려서 담배를 폈어", 또는 "나 화장실에 가서 배가 아팠어",라는 문장은 그 인과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가 없이는 적절한 위로와 공감이 형성될 수 없는 불완전한 상호간 공감대 형성 상태로 보인다.
예시 2) 만약 "나 폐암에 걸려서 담배 폈어"라고 질문자가 말했을 때, 현재 공유되고 있는 성격유추 방식으로 이해하자면, 극 F 의 타입의 경우 담배가 폐암에 나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혹은 비록 인지하고 있을 지라도, "왜 폐암에 걸렸어?" 라든가, 아니면 "폐암에 걸려서 너무 힘들지?"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과연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피질문자는, 질문자가 폐암에 걸려있는 상태로 병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폐암과 모든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담배를 피웠다는 질문자의 비상식적인 인과성을 무시한 채, 과연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F 타입이란, 타인의 행동과 관련하여 충분한 인과성에 대한 공감대가 없이도 질문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진정한 위로와 공감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위의 예시의 문구를 가능성에 입각한 맥락으로 유추해 보자면 크게 다음 3가지 맥락으로 유추할 수 있다.
(1) 폐암이 걸린 상태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것은 암을 더욱 악화시키기 위해서 담배를 피웠다. 즉, 삶에 대한 의지가 이제는 없다.
(2) 담배가 폐암을 악화시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속상함을 견딜 수 없어서 담배를 피웠다. => 속상해서 피웠을 뿐 삶에 대한 의지는 있다.
(3) 폐암 치료에 담배가 좋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관련성을 아예 인지 못한채 담배를 폈다. => 심각하게 정보를 오인하고 있거나, 무지한 상태.
결론, 진정한 위로와 공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맥락에 기반한 행위의 인과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아닐까? 만약 그 인과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서로 공유되지 못한 상태라면, 합리적 사고를 통해서 인과성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인과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면, 어떠한 형태의 상태 표현이건 과연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 진정한 의미의 위로와 공감은 형성되기 어려울 것 같다. 끝으로 추가 예시 질문을 살펴보며 과연 MBTI 에서 표방하고 있는 T와 F의 이상적인 답변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예시 3) "나 우울해서 물건 훔쳤어"
예시 4) "나 우울해서 적금 털어서 경마장에서 다 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