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깜깜해지고나서야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께서 차려놓으신 밥상에 신문지가 항상 덮여있었습니다.
시골의 밤만큼 새카만것도 드물죠. 신기한것이, 해가 떠 있을때는 어두운곳을 일부러 찾아들어가서 노는데 막상 해가지고나면 어두운곳이 싫었어요. 불꺼진 집안의 적막함이 싫어 마루니 방이니 다 불을 켜놔서 모기 들어온다고 혼난적도 많았습니다.
한달에 한번정도 어머니가 시골로 저희를 보러 오셨는데 그런 날은 유독 더 서글펐던 기억이 나네요. 만남에 대한 기대감보다, 동리 밖으로 길게 난 길을 걸어서 사라지는 엄마의 뒷모습 보는게 어린나이에는 더 싫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으로 인해 저는 군생활했을때도 부모님께는 절대 면회를 오시지 말라고 했었네요. 잠깐 만나서 즐겁다가 되돌아가는 부모님의 뒷모습에 적응을 못했던거죠.
그런 와중에 8살 어느날인가 어머니께서 저희를 에버랜드에 데려가신적이 한번 있습니다. 당시에는 자연농원이라는 이름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깡시골에서 자차도 없이 셋이서 버스를 얼마나 갈아탔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다 길도 좀 잘못들고 그런곳에 가본적이 없으니 많이 헤메다가 도착을했는데 이미 오후 5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늦어서 입장이 안됐었어요.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4시30분까지가 입장시간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주변 울타리밖으로 뛰어다니면서 안에 기린이나 코끼리같은 큰 동물이 있는지 멀리서나마 봤던 기억이 나네요.
늦어서 입장이 안돼 슬프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그 시간이 좋았었죠. 저랑 동생은 그 주변 울타리 부근을 뛰어다니면서 언뜻언뜻보이는 내부구조물들을 보면서 신나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버스를 잘못타서 시간을 낭비했던것조차 즐거웠더랬습니다. 그냥 그 날의 그 시간 자체가 좋았던거죠.
사람의 기억이라는것은 지나고나면 정확하고 또렷하게 남는것이 아니고 색바랜 앨범 속 사진처럼 그때 당시에 느꼈던 감정의 색이 좀 더 덧칠 되는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