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로운 Sep 22. 2024

6화. 착한 여자가 섹시하다

샹그릴라 호텔 루프탑 레스토랑은 방콕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다. 황금빛 스위트룸 카드 때문인지 식당 지배인이 뷰가 잘 보이는 창가 자리로 안내해 앉을 수 있었다. 고층 빌딩이 반짝거리는 방콕의 화려한 야경이 내려다 보였다. 파타야 여자는 좀 기가 죽은 얼굴로 따라오면서 눈이 커져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곧 고개를 들고 시크한 얼굴을 시전 하기 시작했다.      


시골 여자가 아무러면 그렇겠지. 이런 고급 레스토랑도 처음 와 봤겠지. 자존심 강한 여자답게 놀란 얼굴을 관리해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는 게 귀여웠다. 좋은 저녁을 먹이고 싶었다.     


풍성한 해산물 요리가 나오고 여자는 좀 당황하면서도 금방 적응을 하더니 잘 먹었다.   

  

“태국 여자들은 다 이렇게 착해요? 아니면 사장님만 착한 거예요?”     


포크를 달그닥거리며 내가 물었다. 핸드폰이 내 대신 태국어로 말했다.      


“ผู้หญิงไทยนิสัยดีกันแบบนี้เลยหรอครับ? (태국 여자들은 다 이렇게 착합니까?)”     


그때 여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다가 다시 시크한 얼굴로 원상 복구했다.      


“ปกติผู้หญิงไทยก็ใจดีแบบนี้แหล่ะ (태국 여자들은 원래 다 이렇게 착하다.)”     


“난 착한 여자가 섹시하던데.”     


여자가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아서 한 말이다.  여자가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끔뻑거렸다. 나는 주의를 돌리기 위해 지나가던 레스토랑 직원을 불렀다. 주문하기 전 여자에게 물었다.     


“ดื่มไวน์ไหมคะ? (와인 마실래요?)”     


“ไวน์อะไรหรอครับ? (와인이 뭐예요?)”     


아! 그렇지. 시골 여자라 와인을 모를 수 있다.     


เหมือนน้ำองุ่น! (포도 주스 같은 거!)”     


여자가 좋아했다.   

  

“น้ำองุ่น! เครื่องดื่มใหม่สินะ. ฉันก็เปิดร้านอาหารแล้วต้องพัฒนาเมนูใหม่ค่ะ (포도 주스!!! 새로운 음료수네. 나도 식당을 해서 새로운 메뉴 개발해야 해요.)”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곧 와인이 나왔고 나는 그녀에게 따라 주었다. 팔을 테이블 너머로 뻗어 와인잔에 따라주는데 그녀가 눈이 커지더니 내 팔목을 유심히 봤다.  

   

“มีรอยแผลเป็นอยู่ที่ข้อมือค่ะ. นั่นอะไรคะ? (팔목에 흉터가 있네요. 그거 뭐예요?)”     


이런! 나는 얼른 술병을 놓고 팔을 접어 흉터를 가리며 대꾸했다.   

  

“ไม่มีอะไรครับ.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녀가 미심스럽게 쳐다보는데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ผมเมาเหล้าแค่นิดเดียวนะครับ. (취하니까 조금만 마셔요.)”    

 

나는 경고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 와인잔을 들더니 포도 주스 마시듯 벌컥벌컥 들이켰다.     


“조금만 마셔요!”     


내가 다시 소리쳤지만 그녀의 와인잔은 다 비워져 있었다. 내가 너무 많이 따랐다.     


“โอ้แม่เจ้า! ดี! น้ำองุ่นอร่อยแบบนี้นี่เองสินะ! (어윽! 좋다! 포도 주스가 이런 맛이었구나! 끅!)”     


포도 주스가 뭔지도 모르면서 와인을 마시다니... 나는 기가 막혔지만 그녀의 얼굴은 벌써 빨개지고 있었다.      

“그렇게 마시면 취하는데...”     


“เวียนหัวนิดหน่อย. โลกหมุนไปหมุนมาเลยนะ. (약간 어지럽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네.)”     


“더 이상 마시지 마요.”     


그런데 그녀가 진짜 취한 모양이다.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นายเป็นคนเกาหลีใช่มั้ย? (너 한국 사람이지?)”     


“ใช่. (그래요.)”     


“นายดูถูกฉันใช่มั้ย? (너 나 무시했지?)”     


“ไม่. ทำไมเป็นแบบนั้นหละครับ? (아니. 왜 그래요?)”     


“ต้มยำกุ้งก็แพงมาก, ตอนที่ลิงบาดเจ็บ ฉันบอกว่าจะช่วยรักษา แต่เธอไปแล้วไง (똠양꿍 값도 많이 내고 원숭이한테 다쳤을 때 내가 치료해 준다고 했는데 너 그냥 갔잖아.)”     


“ไม่ นั่นมัน... (아니 그건...)”     


“ว่ากันว่า คนเกาหลีดูถูกคนไทย. เพราะงั้นก็เลยเป็นแบบนั้นไง? (한국 사람들은 태국 사람들 무시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 거잖아?)”     


“แล้วทำไมคนไทยถึงไปเกาหลีกันเยอะคะ? (그럼 태국 사람들은 한국에 왜 많이 가요?)”     


“สาธารณรัฐเกาหลี? เพราะหาเงินได้เยอะก็เลยไปไง. พี่สาวแถวบ้านที่สนิทกัน พอไปเกาหลีก็ได้เงินเยอะเหมือนกัน (응 한국?? 그야 돈을 많이 버니까 가지. 친한 동네 언니도 한국 가서 돈 많이 벌었어.)”     


“ถ้าเกาหลีไม่สนใจ ก็ไม่ควรจะไปเกาหลีสิ. (한국이 무시하면 한국에 가질 말아야지.)”     


아마 취해서 그녀는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를 다 알아듣지는 못 하는 것 같았다.     


“ฉันก็อยากไปเกาหลีเหมือนกัน. อยากหาเงินเยอะๆ. อยากหาเงินมารักษาแม่ที่ป่วย แล้วก็ส่งน้องๆไปโรงเรียน. (나도 한국 가고 싶다. 돈 많이 벌고 싶어. 돈 벌어서 엄마 아픈 거 치료하고 동생들 학교 보내고 싶다.)”     


“...”     


“และฉันก็อยากออกไปสู่โลกใบใหม่. นอกจากใช้ชีวิตน่าเบื่อ อยู่ชนบทพัทยาทุกวัน. (그리고 나도 새로운 세상에 나가고 싶어. 맨날 파타야 시골에 처 박혀 지루하게 사는 거 말고...)”   

  

“ถ้างั้นก็อย่ากลับเกาหลีนะครับ. เกาหลีไม่ใช่ที่ที่ดีขนาดนั้นครับ. (그렇다면 한국 가지 마요. 한국 그렇게 좋은 데 아니니까.)”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พอดูในละครเกาหลีแล้ว เกาหลีเป็นประเทศที่ดีมาก!! บ้านก็ใหญ่ ผู้คนก็เท่และสวยกันทุกคน!! (드라마에서 보니까 한국은 너무 좋은 나라던데!!! 집도 크고 사람들도 다 멋지고 예쁘고!!)”     


“한국 가면 사기 당할 여자네.”     


“อะไรนะ?? (뭐라고요??)”     


“เจ้าของร้านครับ! ถ้าคิดแบบนั้นก็อย่าไปเกาหลีเด็ดขาดครับ! (사장님! 그런 생각이면 한국 절대 가지 마요!)”     

여자가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갑자기 옆에 있던 와인병을 들고 잔에 따랐다. 그리고 내가 말릴 사이도 없이 벌컥벌컥 다 마신 후 빨개진 눈으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나에게 소리쳤다.     


“ไอ้หนวดบ้า! ผู้ชายเกาหลี! ฉันจะไปเกาหลี! (미친 수염쟁이 한국 남자야! 나는 한국 갈 거다!)”     


소리가 커서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바로 몸을 휘청거려서 얼른 옆으로 가서 잡아 주었다. 여자가 내 품 안으로 들어왔다. 비록 얼굴은 빨갛지만 가까이 보니 까만 눈, 붉은 입술, 갸름한 얼굴이 예뻤다. 여자가 눈을 반쯤 뜨고는 태국어로 중얼거렸다.     


“ถึงเธอห้ามฉันก็จะไปเกาหลีอยู่ดี! (니가 말려도 나는 한국 갈 거라고!)”     


여자가 내 품 안에서 눈을 감았다.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당황스러웠다. 어쩔까 생각하다가 할 수 없었다. 이대로 택시를 태워 보낼 수도 없고 여자를 안아 올려 내 방으로 올라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