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아, 오늘은 우리 학교 급식으로 감자탕이 나왔단다.
이렇게 난해한 메뉴를 마주할 때마다 누나는 생각하게 되는 거야.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모양으로 이런 음식을 먹을까?
눈 뜬 사람들이 이거 뜯는 내 모습 보면….’
그래서 양껏 못 먹었냐고?
의그, 먹었지.
나 배고픈 거 못 참는 사람이잖아.
샌드위치나 햄버거도 그래.
풍성하게 들어차 있는 야채들이 울룩불룩 삐져나오고, 소스 입가에 묻고.
여차하면 또 식탁이고 옷이고 마구 떨어져요.
짬뽕 먹을 때 홍합이며 해물파스타도 남들 먹는 모습을 조곤조곤 관찰하고픈 종목이란다.
누나 좀 허왕되게 고고하고 싶은가 봐.
대책 없이 무식하고 게으르면서도 지독하게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거야.
특히 광장에서 먹는 행위가 종종 어려워.
먹고는 싶은데 실수하기는 싫으니까.
속도 조절도 잘 안 되고,
이렇게나 고민이 많은 사람인데, 살은 왜 안 빠지는 거냐고?
자, 지금부터 설명할게.
위에 열거한 여러 사정으로 인해 누나는 혼밥과 혼술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어요.
우선은 안전한 내 집이어야 해.
망가진 나를 구경할 눈이 없어야 하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화장실에 갈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과식을….
어머니 건강을 염려하사 잔소리 폭탄 난사하시는 우리 집 소녀 눈이 무서워서 오늘도 따님 주무신 후에야 주섬주섬 맥주캔을 땄구나.
술만 마시면 라면 귀신과의 사투가 벌어지는 거야.
가까스로 물리치고 잠자리에 들지.
이게 번번이 얼마나 고역인지 몰라요.
누나가 오늘사 입수한 김이설 작가의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에 보면 미경, 정은, 난주 이렇게 세 친구가 강릉 바다로 여행을 가거든.
그곳에서 쉰이 된 세 여자가 마음껏 먹고 마시며 회포를 풀어요.
생각만 해도 가슴 뻥 뚫리는 바다에 싱싱한 회 안주는 아니더라도.
며칠 전, 누나 대형마트 갔을 때 작심하고 오징어며 북어채 안주를 사 왔잖니?
유주 아빠 궁시렁 궁시렁 한 마디 하더라고.
‘알코올 중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