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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맛 없는 곱창집

by 하루

오랜만에 친한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요즘 운동을 하고 있어서 한 5km 되는 거리를 달려서 약속장소로 가게 되었다. 저녁 식사 메뉴는 곱창이었다. 사실 필자는 곱창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친구가 저녁을 사겠다는 말에 흔쾌히 곱창을 먹겠다고 했다.


곱창 가게에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과 사장으로 추정되는 40대 중후반 나이의 남자 사장이 좌석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저녁 시간인데도 손님이 없는 게 굉장히 의아했다. 먼저 내가 도착했기에 친구가 오기 전 곱창을 미리 시켜 놓으려고 주문을 했다.


"사장님, 여기 오곱 2개 주세요~!"

"그거 안 돼요."


오곱을 주문했더니 사장님은 그거 안된다며 굉장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상당히 불쾌했지만 내가 괜히 자격지심으로 그렇게 느꼈으려나 싶어 그러면 가능한 메뉴로 달라고 주문했다. 주문 메뉴는 야채볶음과 순대볶음이었다.


20대 초반, 혹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은 우리가 주문한 메뉴를 가지고 왔다. 가스버너가 좌석 한 구석에 있어 그 아르바이트생은 가운데로 옮겨 주었다. 굉장히 센스 있는 분이구나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뒤에서 사장이 고래고래 불호령을 했다.


"그거 본인들이 직접 하게 두라고! 가운데로 옮기지 말라고!"


전직 건달은 아닐까 의심되는 사장은 젊은 아르바이트생을 나무랐다.

그 이후로도 '반찬 가져다 드리는 것이 굼뜨다, 메뉴 주문을 똑똑히 알려주지 못하냐'는 둥 이런저런 얘기로 나무랐다. 손님인 우리가 더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내가 먹은 곱창 중 맛도 최악이었다.


'왜 이렇게 냄새가 나지... 쉰 맛도 나는 게 약간 고기가 오래돼서 상한 것 같은데...'


음식을 씹으면 역한 냄새(흡사 하수구 냄새)가 올라왔고, 상한 건지 곱창에선 쉰 맛도 났다. 그런 데다가 아르바이트생을 고래고래 나무라는 사장까지... 나는 더 이상 곱창을 먹지 않았고 같이 나온 쌈무와 쌀밥만 먹었다.


20살 됐을까 싶은 그 남자 아르바이트생을 보니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일했을 때 손님들 앞에서도 쌍욕을 서슴지 않았던 매니저 누나. 그 누나의 본업은 유치원 교사였는데, 카톡 사진에서는 유치원 아이와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그렇게 상냥해 보이던 사람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욕을 하던 굉장히 못된 사람이었다.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면 어느 정도 엄하게 가리킬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참 불필요하게 자신의 위계를 이용해서 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때 그 아이스크림 가게 매니저 누나도, 지금 이 가게의 사장도 참 불필요한 언행과 행동을 많이 했다.


함께 밥을 먹던 친구가 우리 테이블에 수저가 없어서 옆 테이블의 수저통을 우리 쪽으로 가져왔는데, 그걸 보고서 사장은 또아르바이트생을 나무랐다.


"사장님 이거 저희가 가져온 거예요."


불현듯 그렇게 측은하게 아르바이트생 편을 드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란 것도 기억이 났다.

그때 아이스크림 가게 알바를 하면서 가장 민망했던 순간이 손님들이 오히려 내 걱정을 해줬을 때였다. 그때도 아이스크림 주문을 받는 중에 옆에서 매니저는 욕과 함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손님은 내게 "괜찮으세요? 많이 힘드시죠..?"라며 걱정해 주셨다.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매니저 누나가 이상한 사람이란 것을 함께 인정해줬다는게 더 고마웠다.


그렇지만 왠지 그 순간이 참 민망했다. 아무렴 나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손님에게 위로받는다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그래서 아르바이트생을 측은하게도, 위로하는 눈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신 속으로 되뇌었다.


'얼른 도망가세요, 여기 너무너무 별로인 곳이에요.'


아니면, 아르바이트생은 손님이 없어서 일이 편한 그곳을 너무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곳은 몸이 편하더라도 딱히 득이 될 것은 없어 보였다.


식당을 나오고 나서 함께 밥을 먹었던 친구는 직장 생활하며 자신을 괴롭힌 상사와 그 사장의 모습이 너무 닮았다며, 분개했다.

어쩌면 그 가게에 손님이 없어서 사장님이 짜증이 났고, 그래서 아르바이트생을 나무란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사장님이 짜증이 많아서 아르바이트생을 나무랐고, 그래서 손님들이 불편해서 안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참 불필요하게 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유가 어찌 됐건들 그리 심하게 구는 건지 안타깝다. 본인도 그만큼 당해서 남들에게 그래도 된다는 건 참 비겁한 변명인 것 같다.


문득 나도 혹시 남들에게 그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았다. 나보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아래 직급인 사람에게도 늘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까.


남을 함부로 대하는, 악취 나는 사람이 되진 말자고 다짐하게 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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