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켤 때 내가 찢는 것은 살아 있는 내 작은 심장 조각이네. 내가 하는 건 어떤 공휴일도 없이 그저 내 할 일을 하는 거네. 그렇게 내 운명을 완성하는 거지.
파스칼 키냐르는 몇 년 전 귀인께 추천받아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이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다. 인간에게 있어 언어란, 말이란 무엇인가를 깊게 고찰하게끔 하는 심오한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책이 내게 주는 심오함과 비슷했을 거라 추정한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리고 그 즉시 누구에게서든 떠난다. 이 구절들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은 시간의 절대성 안에 놓인 존재라는 점과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현재를 살아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온다. 하지만 당신에게 내일 아침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른 아침잠에서 깨 눈을 비비는 당신의 행위도 내일 아침에는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오지만, 그 세상 속에 내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후에도 이 세상에 스스로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겠지만, 통상 보편 상식에 의하면 그렇다. 학생들에게나 해줄 법한 조언이지만, 당장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 아래에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이 '인생은 한 번이니까 즐겨'라는 YOLO로 해석하는 것은 그만둬주었으면 한다.
그런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현재를 살라는 격언은 미래와 과거를 논하기 이전 현재에 충실하고, 마땅히 주어진 스스로의 삶의 책무를 다하라는 의미다. 생은 다시없으니 스스로의 삶을 무책임하게 방기하라는 뜻이 결코 아닌 것이다.
파스칼 키냐르는 더 나아가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하는 어떤 행위가 명예, 권력, 돈과 같은 곳에 향해 있으면 안 되고, 오로지 그것 자체로 혹은 내 내면 속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한 예술가의 삶으로 녹여낸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가며 수많은 아침을 맞이했고, 마침내 그런 삶의 기조를 유지한 채 노년에 예술적 광명을 찾는다.
어떤 철학 인플루언서의 추천으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거 같은데, 내 소화 능력이 조금 아쉽다. 파스킬 키냐르는 저번에도 그랬지만, 소설의 내용을 통해 내가 느낄 수 있는 한계가 보인달까. 내용도 짧아서 뭔가 더 시를 읽는 느낌이다.